시선일기

관악산 산책

그늘버섯꽃 2011. 7. 2. 22:33

2011년 7월 2일 토요일

통장정리도 하고 살살 산책이나 할까하고 나갔다가 결국 관악산을 올랐다
맨발에 운동화여서 발이 아파 많이 오르지는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 내 발은 험난했다
결국 새끼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곧 터질 것 같다
양말 제대로 신고 나갔다면 오늘 관악산을 제대로 올랐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발걸음이 왜 그리도 가벼운지
가는 길에 주인의 보폭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 엉덩이를 흔들고 가는 하얗고 작은 강아지를 만났다,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 강아지가 앞장 서 가는 동안은 강아지에 정신이 팔려서 걸었다


관악산에 들어서자 나무가 덮개를 이루고 있다, 나뭇잎으로 조금은 어둑한 길을 걷지만 편안하다
햇빛 좋은 날은 화사한 초록빛 가득한 길을 걷을 수 있다
오늘처럼 흐린 날은 진초록빛 속에 묻힌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콧잔등에 송알송알 땀이 맺힌다
여름, 무성한 나무 사이로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바가지가 걸려 있어 가보니 콸콸한 물이 흘러나온다
한모금 목을 축이고 손을 씻으니 상쾌하다


나무들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계단을 오르며 나무 난간을 잡아 봤다
다듬어진 나무라 매끈하다, 그래도 아침 저녁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만나는 난간에선 맛볼 수 없는 느낌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온다,



계단을 오르니 돌길이다, 물기 머금은 산길이 만들어내는 운치가 호사스럽다
길섶의 푸성귀, 초록잎 덮인 나무가 허락하는 치유를 가슴 가득 담는다
꼽고 있던 이어폰을 뽑았더니 물소리가 생각과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산에 오기 전에 정리된 통장의 잔고로 인해 밀려와 자리잡은 한숨이 절로 내려진다
인적이 드문 계곡에 들어가 손을 담그고 발을 담그고 작은 자갈들을 느껴 본다
물이 흘러가는 길을 따라 열린 하늘이 잿빛이다  


맑고 깨끗한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손발 모두 담그고 한참을 귀기울이니, 더위는 가시고 몸도 마음도 서늘해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이끼 덮힌 바위, 이끼 덮힌 나무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발아래 밟히는 땅의 느낌,
다른 이들의 발자국 소리, 여기 저기서 흘러내리는 작은 물소리
비온뒤 더 진해진 흙냄새와 나무 냄새
너무나 미약한 바람의 촉감
어두운 초록빛
흐린 여름 날 산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