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일기

노고단 가는 길

그늘버섯꽃 2011. 1. 5. 23:28

나는 지리산을 고정희 시인이 실족사한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생을 다하지 못하고 마음 속의 시도 다 쏟아내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한 시인
지리산을 바라보면서 그래도 지리산에서 생과 이별하였기에 아프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불경한 생각 잠시 했다.
겨울 사랑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경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른 '전망 좋은 곳'
지리산에서 전망이 좋지 않은 곳은 없었지만 이곳에 '전망 좋은 곳'이란 푯말을 붙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내려오는 빛, 산 등성 등성 그리고 멀리 보이는 굽이치는 강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강
기품있는 자태로 짧은 순간이나마 깊게 품어줬던 지리산을 마음에 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