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가방 들고 출근하기
단동에 온지도 두 주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들이 눈에 쏘오쏙 들어옵니다. 중국의 혐한 기운에 대해 강력한 혐중 기운을 뿜어낼 수 있는 내공이 쌓여가는 기분입니다.
오늘 아침 7시 정도에 예고도 없이 수돗물이 끊겼습니다. 출타를 하려면 절대 머리를 감고 나가야 하는데 세수는 고사하고 화장실도 들를 수 없는 기본권의 침해를 받았습니다.
결국 목욕가방에 세면도구를 챙겨 들고 사무실에 왔습니다. 다행히 사무실엔 물이 나와서 양치질은 대충 했으나 씻기엔 무리가 있어 눈꼽만 떼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사무실 앞편에 대중탕이 있으나 가고 싶은 맘이 눈꼽만치도 생기질 않아 오늘은 그냥 씻지 않은 상태로 버티려 합니다.
예고도 없이 수돗물을 끊고서 수도국에선 무엇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여기서 오래 사신 분께서 그러시더군요. 단동의 '우기'는 한국의 장마보다 거세다고요. 그래서 우기가 오기 전에 하수 시설을 점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여기 하수시설이 상태가 썩 좋지 않다고 합니다.
여튼 예고없는 단수로 당황스러운 아침을 맞았습니다. 어제, 그제 압록강변의 바람이 거셌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입구에 바람이 쎄니 문을 닫으라는 메모가 붙어있었습니다. 문닫는 일보다 수돗물이 더 중요한 것 같은데.....좌우당간 어젠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아 압록강변을 거닐었습니다. 비온뒤라 그런지 다른 날보다 잘 보이는 신의주를 흘끔거리며 한국여자 둘이서 산책을 했지요.
위의 사진은 압록강변 사진입니다. 건너편은 신의주이고요, 다만 어제 사진은 아닙니다. 여하튼 어제 산책을 하면서 오늘만 같으면 괜찮네 하면서 걷고 있는데 우리를 앞질러 가던 남자가 1미터 정도 앞에서 갑자기 뒤를 돌더니 굉장히 노골적으로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걸었습니다.
뒷걸음질치며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그 남자의 시선은 불쾌지수를 급격히 상승시켰습니다. 그런 일이 같이 걷던 분은 처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이 급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낯선 여자를 향해 그런 호색적인 시선을 뒷걸음질까지 치면서 보내는 그 넘의 정신상태는 도대체 ...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불쾌한 일은 그것만은 아닙니다. 단동의 건물들은 70, 80년대의 그것보다 더 낡고 후져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차들만큼은 강남의 어디인 듯이 보입니다. 폭스바겐, 아우디, 벤츠, 닛산 등등 삐까뻔쩍한 외제차들이 즐비합니다.
외제차를 타던 말던 그들의 선택이니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차들, 사람이 길을 건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맹렬히 달려옵니다. 보행자 파란 신호에 차들이 클랙션을 신경질적으로 누르며 갑니다. 아주 뻔뻔하게.
여긴 사고가 나도 구급차를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고들 있습니다. 경찰도 사고가 마무리되기까지 사고 당한 자를 병원에 후송하지 않고 사고현장에 둔다고 하니........
더 성질나는 것은 차들이 인도를 차지하고 있어 매너 없는 차들이 쌩쌩달리는 도로 위로 보행을 해야 한다는 거죠.
중국은 정말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