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서울 요리조리 인사동 밥집
그늘버섯꽃
2011. 2. 28. 23:45
종로 근처에서 약속을 잡을 때 가장 많이 가는 곳 인사동
전통, 이런 의미 부여는 많이 퇴색 및 희석되어 있지만 그래도 인사동이 싫지 않다.
인사동 대로길만 늘상 다니고 옆으로 난 골목길들로는 정말 꿈에 떡얻어먹기 만큼 가 본지라 이번엔 나의 종로 파트너이신 K언니님과 함께 옆길로 새어보기로 하고 나의 사랑하는 낙원떡집 골목으로 들어갔다.
되돌아나오면서 낙원떡집의 쑥떡을 사들고 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낙원떡집 골목으로 들어가 들어가다보니 육심원 가게가 있었다.
날도 춥고 밥도 몹시 땡기는 상황이어서 걸음을 옮기면서 육심원 가게를 바깥에서만 대강 훑고 밥집 찾기에 집중,집중
난 평범한 인간이라 예술보단 밥이 더 좋은지라 훗훗훗...
그래도 육심원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녀의 그림 한 번 떠올려 보아야 하겠지?
난 아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제목이 아마 휴식이라지?
색감도 좋고 휴식을 취하는 여인의 표정이 무엇보다 맘에 든다
맨발도 정겹고
그림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몹시 마음에 든다.
육심원 가게 맞은편 쪽을 보면서 낙원떡집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보면 입구가 초가집 분위기 나는 밥집이 하나있다.
따뜻한 국물과 함께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적절해 보여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서 받는 느낌은 낡고 오래됨, 내가 이해한 그 밥집의 컨셉은 그랬다.
그렇다고 가게 자체가 실제로 낡진 않았다.
밥집의 가장 중요한 요소 음식맛은?
먹으면서 투덜거리지 않을 정도
이 집의 밥상은 그릇으로 커버되는 요소가 많았다.
난 이 가게에서 음식에 있어서 식기사용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서비스...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친절한 기운 별로 없다. 유동인구 많은 지역의 가게들의 특성인 듯....
가게 구석구석 오래된 물건들이 늘어져 있다.
특별히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오래된 물건 나열해 놨어, 느낌 어때? ....나의 감상은 이렇다.
이 집은 아래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특이했다.
1층 가게를 통과해 복도로 나가서 계단을 올라가서 새로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아래 풍금은 그 복도 중간에 놓여 있던 것이다.
전도연과 이병헌이 등장하시는 내 마음의 풍금도 생각나고 어렸을 적 '국민학교'다닐 때도 살짝 생각난다.
3학년때 우리 담임 선생님, 튼실한 체구의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양반, 어지간히 가곡을 좋아했던 것 같다.
틈만 나면 풍금을 치며 조무래기들에게 가곡을 가르치시곤 했다.
그때 그 선생님께 배운 그네, 그 곡만큼은 잊혀지질 않는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끝에 아련하고
두번을 거듭차니 사바가 발 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끝에 아련하고
두번을 거듭차니 사바가 발 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저 가사가 이제 콧물 간신히 닦아내고 앞으로 나란히를 정복한 기쁨으로 구구단을 외우단 아이들에게 이해될리 만무하건만 열심히 가르치신 선생님의 열정에 이제서야 탄복한다.
지금 보니 가사가 참 곱다. 특히 이절 가사가 압권이다.
사바가 발 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바람아 실어가다오, 내 근심 모두...
가게 곳곳에 배치해 놓은 옛스런 물건들이 많았으나 밥먹느라 사진은 많이 못찍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하물며 서울시내밥집이야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가게의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계산대의 청년?
그 청년, 한 미모해 주셨다.
이 가게의 얼굴마담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서글서글 말도 잘 붙인다. 귀여운 것.
좋은 마무리를 하게 한 주인의 인력배치 센스에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