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
2011년 마지막 금요일의 덤덤한 단상
그늘버섯꽃
2011. 12. 30. 17:24
신림사거리 나무그늘 이층에 앉아 2011년의 마지막 금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얼그레이 한잔으로 몸속을 파고든 냉기를 데우고 있다.
거리를 내려다 보니 여느 때의 오후와 다름없다.
맞다,새로울 것 없는 겨울 어느 한 날,오전에 라디오 교통방송을 하던 리포터의 말이 생각난다. 금요일 출근길은 다음 주에도 있습니다. 다만 오늘은 2011년의 마지막 금요일일 뿐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 인생 안엔 숱한 금요일 오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이 많이 덤덤하다, 오늘이 가고 토요일이 오고,일요일이 오고, 그리고 또 월요일...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사무실에 가면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서류더미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컴퓨터 화면과 서류에 치여 뻑뻑해진 눈에 인공눈물로 달래고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을 잔뜩 머금고 있는 콩크리트 덩어리가 위풍당당히 서 있을 뿐이다.
자동차들의 미등이 선명해 지기 시작한다. 땅거미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이 내 마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