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해서 국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무.사.백.동.수.





백동수를 검색하면 드라마 이산도 검색된다, 이산이 누군가? 모두가 알다시피 조선의 개혁군주라 불리는 정조이다. 점점 정조가 정말 개혁군주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긴 하지만 나는 정조가 좋다,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조가 등장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오만석이 정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니 세자란다, 정조는 세손 아닌가, 백동수의 출생부터 시작한 그의 일대기라면 오만석이 분한 역은 정조일리 없지....

정조이든 사도세자이든 드라마라는 것은 시작하면 연달아 보게 되는 습성이 있는지라 6화까지 꼬박꼬박 봤다, 사실 뒤주에 갇히기 전까지 영조의 미움에 시달리는 사도세자가 아닌 북벌지계를 찾아헤매고 장용위를 만들며 나름 동분서주하는 사도세자의 모습도 신선하여 6회까지 보았던 거였다

그러나 6회, 너는 모냐? 뒤의 몇 분간은 이 드라마는 모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6화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검선과 흑사초롱의 천, 지 세 사람의 관계를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라 짐작하지만, 중년, 아니 초로에 접어드는 두 연기자 전광렬과 최민수의 사극 빙자 청춘 트렌디 드라마 패러디 같은 장면들은 헛웃음이 나왔다,
뮤직비디오 찍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흑사초롱의 지를 연기하는 여자 배우의 훤칠한 키는 전광렬을 작아 보이게 해서 드라마도 뮤직비디오도 뭣도 아닌 장면들이 오히려 구려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공'들여 만들었을 몇 분으로 인해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좀 더 명확해졌고 황진주가 혹시 검선과 지의 딸이 아닐까 하는 낚시밥을 떨굼으로써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되기는 했다. 허나 드라마를 지루하게 만든 요소였다고 보인다.
어찌되었든 전광렬이란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정말 강렬하다, 부드럽고 강한 고수다운 면모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사진 속 두 소년은 어린 백동수와 어린 여운이다, 어린 백동수는 굵직한 드라마에서 아역으로 자주 등장한 터에 익숙한 얼굴이다,
이 소년 프로필에 나온 학력에 무슨무슨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었더랬다,
초졸이던 현재 중학생이던 이 소년이 만든 백동수의 껄렁껄렁하지만 강단있고, 헐랭이지만 영특한 백동수의 모습이 강렬했던 것 같다, 성인 백동수가 그 껄렁강단 헐랭영특을 표현해내는 것이 역부족으로 보였다고나 할까,
소년 백동수가 꽉찬 느낌이었다면 성인 백동수는 빈 구석이 많다,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성인 백동수만큼 성인 여운도 솔직히 아니다 싶다, 마찬가지로 소년 여운의 모습이 좀더 우수에 차고 살기라는 굴레가 씌어진 슬픈 운명이 느껴진다, 유승호가 아무리 무게를 잡고 있어도 아직 소년으로 보일 뿐이다, 아직 아역을 할 나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생인 김수현이 아역을 하는데 고등학생 유승호가 성인역을 하는 것은 이상하잖아,
결론은 백동수와 여운을 연기하는 두 배우가 극 몰입에 조금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유지선의 마차를 호위하다 황진주가 이끈 도적떼를 만났을 때 원래 살기를 타고 태어난 여운이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람을 베는 장면이 그다지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백동수, 해변에서 무사와 살수의 차이를 말하며 동무를 챙기던 그 백동수가 사람을 벨 기회를 만난 것이 신나 보였다, 거기다 피 묻은 칼을 검선 앞에 들이밀며 히죽거리는 모습은 흑사초롱의 인과 큰 갭은 없어 보였다, 물론 피 묻은 칼로 검선을 해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백동수의 정체성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성장하는 몇 년 동안 변화를 겪었나?!

검선이 자기한테 깝죽거렸던 그 혈기충천한 청년이 자신이 잃어버렸던 백동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 날이 보고 싶긴 하지만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지금 느낌 그대로인데다 6화의 만행이 다시 나타난다면 드라마에 대한 습성을 버리고 그만 볼지도 모르겠다

아, BMK의 야뇌는 들을만 하다는 생각이다, 힘있는 목소리로 불러주는 야뇌라는 노래가 무사의 일생을 기본 컨셉으로 하는 드라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드라마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무엇보다 검선에게 잘 어울리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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