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드라마 보기에 발동이 걸린 것 같다. 무협극 이외에 볼만한 중드를 어찌 찾아볼까 생각하다  보보경심에서 십삼황자로 분했던 원홍의 출연작을 훑어 보기로 했다.

십사아거를 편애하지만 십삼아거도 마음에 들었었다. 옹정제의 형제 중 친왕에 앉은 몇 안되는 형제였던 십삼아거 윤상은 옹정제의 대단한 신뢰를 받았던 인물이다. 옹정제가 황위에 오르면서 형제들은 이름에서 돌림자 '윤 胤'을 '윤 允'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나 십삼아거 이친왕은 옹정제가 다시 '윤 胤'으로 되돌려 줌으로써 군신 관계에서 더 나아가 형제 관계를 회복한다. 

옹정제의 신임을 받던 십삼아거, 그 역할을 했던 배우가 옹정제의 아들로 분한 상서방은 47부작이나 되어서 보는 동안 정말 눈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사실 드라마가 촬영된 선후를 따진다며 원홍은 옹정제가 총애하던 아들에서 총애하는 동생이 된 것이나 나는 그 역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

 

 

원홍의 자태가 정말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던 이 드라마에서 양멱이라는 배우를 새로 보게 되었다. 상서방이 궁쇄심옥보다 이전에 만들어졌는데 양멱은 상서방에서 궁쇄심옥보다 더 성숙한 느낌이다. 역할탓도 있겠지만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이질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의 차세대 여배우로 꼽힐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옹정제 역의 구진해, 저 아저씨는 정심우몽몽에서 조미의 아버지로 나왔던 것 같은데 정심우몽몽과 상서방에서 세월의 흐름이 별로 느껴지질 않는다.

 

 

위 사진에서 보면 상서방아래 고동색 글씨로 소년건륭이 보인다. 이 드라마는 옹정제의 뒤를 이은 건륭제 홍력의 소년-청년으로 보이지만-시절의 한때를 그린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 상서방은 청대 황자들의 공부장소이다. 황자들은 6살이 되면 상서방에 가서 공부를 해야 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 상서방은 황제의 자리에 앉기 위한 관문이었다. 드라마 상으로만 보면 공부잘하는 아거가 황제가 될 확률이 높다. 역사상으로도 소수의 만주족이 다수의 한족을 다스리기 위해선 많은 공부가 필요했을 것이다. 옹정제는 한학을 좋아했던 황제로서 만주족 황제가 한족관리들 위에 확실히 군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거들의 공부를 더 강조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황실의 형제는 옹정제의 네 아들 이야기다. 위 사진은 네 황자들로 좌측부터 막내 육황자, 사황자, 못된 오황자, 삼황자이다. 육황자는 사황자 홍력을 좋아하나 아직 어려 사황자와 세를 이룰 정도는 아니다. 여기서 악의 축은 오황자와 삼황자로서 약간 어리버리한 삼황자를 내세워 오황자가 사황자를 찍어내기 위해 갖은 술수를 쓴다. 그리고 사황자는 그 술수로 인해 나름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그 파란만장한 시간들이 사황자가 단련되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역사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그 다툼과 알력 속에서 승자는 후에 건륭제가 되는 사황자이다.

 

오황자의 간사한 계략을 부추기고 돕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상서방의 스승 전사부이다. 군주의 스승이 되고 싶은 욕심에 차서 시종일관 치졸한 소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사황자가 훌륭한 인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자기에 호응하지 않는 사황자를 내몰고 자기 말을 잘 듣는 삼황자와 오황자를 도와 사황자를 괴롭히지만 결국엔 사황자의 인품에 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서 전사부도 마음에 들진 않지만 사황자가 좋아하는 주사부도 별로이다. 올곧은 사람이지만 대인배도 아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주사부이고 오른쪽이 전사부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싫은 등장인물은 전사부의 딸 훼이루이다. 사황자는 뭐 이런 얘가 좋다고 난리이고 돈아 역의 양멱은 뭐 이런 얘를 친구라고 끝까지 돕고 두둔하는지 모르겠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데다 선량한 척하지만 전혀 배려가 없다. 앞뒤천지 분간 못하는 글좀 읽은 철부지에 불과하다. 뒤에 가서 자기가 곤란해도 사황자를 곤란하지 않게 하려는 모습이 살짝 보여 이 인물에 대한 짜증을 조금 상쇄할 수 있었으나 역시나 난감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훼이루가 사황자를 함정에 빠뜨리는데 이용되는 것을 보면서 인물됨의 난감함을 이해해 주기로 했다. 이해안해 준다고 인물을 바꿔주는 것도 아니고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지만.

 

훼이루에 반해 양멱이 분하는 돈아는 멋지다. 그리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훼이루처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주변을 살필 줄도 알고 매사 일처리도 확실하다. 훼이루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의리를 지킬 줄도 안다. 황제와 사황자의 어머니 윤비도 돈아를 무척 마음에 들어한다. 그리고 문제의 오황자도 돈아를 좋아한다. 그 점때문에 돈아가 사황자를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다. 사황자는 자기에게 진짜로 필요한 사람을 옆에 두고 몰라봤었지만 훼이루가 죽은 후에 돈아의 존재를 의식할 수 있게 된다.

 

 

옹정제가 신임했던 십삼황자 이친왕은 옹정 8년에 사망한다. 옹정제의 제위기간은 총 13년이다. 이 드라마에서 십삼아거가 등장하지 않으니 옹정 8년 이후일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옹정제의 형제로는 윤록과 윤비가 등장하는데 윤록은 강희제의 26번째 아들이고 윤비는 34번째 아들로서 십육황자와 이십사황자이다. 옹정제가 사황자이고 윤비는 서른 네번째 이십사황자로서 이들 나이 차이는 상당할 것으로 추측되는바 이 드라마에서도 윤비와 사황자 홍력이 숙질사이이면서 친한 친구로 나온다.

 

좌: 윤비, 중앙: 옹정제, 우: 윤록

 

이 드라마를 보면 윤비는 문무를 나름 잘 겸비한 괜찮은 인재로 보인다. 황제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거진 막내아들로서 황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에겐 야망이 있다. 잠재워야할 야망이다. 그의 대사에서 알 수 있지만 윤비는 황위와 가까운 똑똑한 조카이자 친구인 사황자에게 자신의 야망을 투영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가 자신이 꿈꿀 수 없는 것을 대신 이뤄주길 바랬다. 그래서 바람잘날 없는 사황자를 도우면서 그의 주변을 정리하는 악역도 떠맡기도 한다. 

 

 

사랑하는 조카이자 친구인  사황자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윤비역의 이 배우 왕양이 이 극에선 살짝 매력적이다. 후반에 누가봐도 그냥 풀숲을 깊은 숲인양 헤매는 척하는 장면에서 너무 오버연기를 하셔서 껄끄럽긴 했지만 윤비도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왕양의 오버와 홍수 장면의 CG가 헛웃음을 자아내긴 하지만 상서방은 무난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이다.

 


황실의 형제

정보
중국CCTV | 시 분 | 2008-01-06 ~ 2008-01-20
출연
원홍, 양멱, 구진해, 왕경상, 하묘
소개
옹정제는 스스로 건강이 않 좋다는 것을 느끼고 황자들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토론을 기획한다. 솔직한 성격의 넷째 아들인 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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