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중국드라마를 봤다.

 

한때 황제의 딸, 회옥공주, 협려틈천관을 비롯해서 소유붕이 등장하는 현대물 드라마 등을 봤었는데 어느 순간 관심이 확 식어버린탓에 그동안 중국드라마는 거들떠도 안봤었다.

 

그러던 차에 실로 오랫만에 보게 된 중국드라마는 궁쇄심옥,

궁쇄심옥(宮鎖心玉)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마음의 구슬이 사슬처럼 얽혀있다는 것인가? 중국어도 모르고 한자풀이도 못하니 그냥 궁금한 채로 넘어 가련다.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즐겁게 봤다.

 

 

어느 나라가 되었든 이 시대 사람이 저 시대로 넘어가는 소위 타임슬립이라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가 보다. 사실 재미있다.

 

궁쇄심옥도 21세기 처자 청천이 강희제 시대로 넘어 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시간을 거슬러 옛시대로 간 청천은 옹정제의 열렬한 팬으로 옹정제에 관한 책을 읽고 또 읽어 그 시절에 대한 지식이 많다. 그 지식과 타고난 품성으로 강희제가 살던 자금성에서 잘 견뎌간다. 청천이란 인물을 보는데 거북함이 없는 것은 그런 인물설정이 갖고 있는 설득력 때문인 것 같다.

 

궁쇄심옥을 보면서 강희제의 아들들이 윤자돌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옹정제는 애신각라 윤진, 청천에 대한 애정을 보인 팔황자는 애신각라 윤사이다. 드라마에서 황자들의 이름이 불렸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주로 사황자, 팔황자, 구황자 이런 식으로 불렸고 어쩌다 한번 등장한 황자의 이름을 보고 인터넷을 찾아 황자들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배우가 바로 사황자 윤진이다. 훗날의 옹정제. 사황자는 권력에 대한 욕구보다는 청이라는 나라를 잘 만들고 싶은 야망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뛰어난 인물이고, 냉정하고 신중하다. 때론 냉혹해 보이기도 한다. 한때 청천을 제거하고자 했던 그가, 청천을 사랑하게 된다. 냉정하고 냉혹해 보이는 그 이지만 어머니 덕비의 편애가 그를 나쁘게 볼 수 없게 만드는 면도 있다.

보는 사람에겐 뜬끔없이 솟아난 그 사랑으로 황제가 된 후 팔황자에게서 그녀를 빼앗아오나 청천의 빈껍데기만 주겠다한다. 그러더니 21세기로 가버린다, 흔적도 없이. 청천의 사라짐으로 인한 허탈함은 잠시이고 그는 다시 냉정하고 열심인 군주로서 그 책무를 다해간다. 하지만 그녀가 사라진 후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청천의 초상화를 그리라 명하고 그 초상화가 청천을 강희제 시대로 이끌게 되니 필히 사황자와 청천 사이에도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극 중반까지는 옹정제의 팬이었던 청천이가 강희제 시대에서 만난 사황자를 좋아했다. 대신 칼도 맞아줄 정도로. 그러니 사황자의 사랑을 뜬끔없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변발이 훨씬 잘 어울리는 사황자 역의 배우 하성명은 중화권에서 꽤 잘 나가는 배우인 것 같다. 거기다 북치고 장구치고 이것저것 다하는 배우 중의 한명인듯하다. 그의 노래가 궁금하면 재생버튼 누르기.

 

 

청천의 영원한 사랑이 되는 또 한명의 황자, 팔황자 윤사. 궁쇄심옥에서 만난 팔황자는 친근감있고 정감도 간다. 팔황자의 실제 역사 속 말로는 비참하다. 궁쇄심옥에서 그를 현대로 데려가 준 것은 옹정제에 관해 읽고 또 읽어 팔황자의 그러한 말로를 잘 알고 있었던 청천에게 큰 위로였을 것이다. 궁쇄심옥은 철저히 청천의 사랑을 위한 드라마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청천과 팔황자가 참 잘 어울리고 사랑스러운 한쌍이기도 하였기에 21세기에서 다신 만난 청천과 팔황자는 보는 이에게도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화면이나 배우들의 비주얼이 조금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주인공 청천 역의 양멱은 인조인간 느낌도 해서 극 초반에는 살짝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런데 계속 보니 괜찮다. 심지어 예뻐보이기도 한다. 연기도 괜찮아 보인다. 중국에서 차세대 여배우로 주목받는다더니 그럴만하다 싶다. 그럼에도 양멱 얼굴에서 느껴지는 의느님의 손길에 대한 의혹은 떨쳐지질 않는다.

 

 

본인의 눈썰미에 가장 황당했던 배우는 팔황자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팔황자 역의 풍소봉이 초한지 천하대전의 항우였다.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뚫어져라 봤으면서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배우를 검색하기 이전까지 동일인물임을 전혀 몰랐다. 변발과 변발이 아닐 때의 차이때문에 몰라봤다고 하기엔 어처구니 없다. 하기사 초한지에 여명이 언제 나왔냐고 계속 물어봤었으니까 나의 얼굴인식능력이 바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초한지와 궁쇄심옥에서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여서 그랬던 거라고 약간은 자위를 해야겠다.

 

 

궁쇄심옥에는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다. 역시 인구대국 중국 드라마이다. 자금성이 주 배경인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자금성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사는 한정된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환멸스런 인물은 덕비였던 것같다. '덕'과는 어울리지 않게 자식 편애가 극심했다. 자식 편애보다 더 '덕'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철저히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살아남기 위한 자기보호 차원을 넘어선 이중성이 강렬한 인물로 태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망쳐놓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기 욕망으로 가득차 기만적인 태도로 남을 망치는 인물이 있는 반면, 끝없이 컴컴한 욕망과는 거리가 먼 사랑에 목맨 계산적이지 않은 인물도 있다. 바고 사황자의 아내 금지,  막무가내에다 자기 중심적으로 보이던 금지는 결국에는 애처로운 운명을 맞는다. 반면에 그 애처로운 운명을 빚어내는 소언은 극 중반까지 지고지순한 처자이더니 사황자가 손에 쥘 수 없는 욕망인 듯 보이자 그로 인해 극악해지는 면을 보인다.

 

 

궁쇄심옥에서 재미있는 또 한명의 인물은 양비인 것 같다. 양비역시 21세기에서 강희제 시대로 넘어온 인물이다. 양비는 강희제 시대로 와서 자신과 관계가 좋았던 한 공주의 운명을 바꿈으로써 역사가 바껴버리는 일을 경험한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일본드라마 진이 떠올랐다. 현대에서 에도시대로 간 진은 자신으로 인해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을 했다. 자기가 무엇을 해도 지나간 역사의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긴 했지만.

다시 궁쇄심옥으로 돌아와서, 양비는 청천에게 알고 있는 결말을 바뀌도록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양비는 미래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내고 결국에 돌아간다. 청천도 양비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미래로 돌아가게 된다.

 

역사를 좋아하는 21세기의 젊은 아가씨가 시간을 거슬러 강희제 시대로 가서 황자들과 사랑하게 된다는 말랑한 드라마이지만 사람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보게 된다. 볼만한 드라마이다.

 


궁쇄심옥

정보
중국 HunanTV | 시 분 | 2011-01-31 ~ 2011-02-21
출연
양멱, 풍소봉, 하성명, 동려아, 탕진업
소개
여주인공 청천은 아버지와 조그만 골동품을 운영한다. 우연히 역혼식날 바람에 날라간 미인도를 주우려다 스만 시공을 초월하여 청나...
글쓴이 평점  


 

 

 

'일상잡기 > 일상잡기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지의 기둥  (0) 2013.03.02
보보경심  (2) 2013.02.22
오오쿠  (0) 2013.02.16
퍼레이즈엔드 Parade's end  (0) 2013.02.11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  (0) 201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