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이라는 환경에 쉽게 물들어 평일에도 주말에도 드라마에 허덕이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습성의 발로라고 억지 위안을 해 본다.
이런 자위를 한다는 것은 드라마가 그다지 삶에 유용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 일 것이다.
이런 사실에 드라마를 보는 순간 만큼은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으니 영 몹쓸 녀석은 아니라는 또 하나의 변명거리를 만들며 끝나지 않을 반성 위로 변명 한숨 등의 쳇바퀴를 돌린다. 그러면서 드라마 시청도 계속 주욱
넝쿨당이 끝나면서 주말 드라마는 끊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한 두 주 정도 1박 2일이 끝나면 TV 앞을 떠났지만 어느 순간 1박 2일이 끝난 후에도 TV 앞에서 내 딸 서영이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매주 빼먹지 않고 내 딸 서영이를 보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재미는 없다. 그런데도 보고 있으니 습관은 어지간히 끈덕끈덕한 것 같다.
내 딸 서영이는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이상 서영이가 지난 주 짐싸들고 집을 나가긴 했지만 서영과 우재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며 이러저러한 갈등 끝에 강기범과 차지선 역시 친정에 서영이를 받아 들일 것이다.
그리고 서영의 아버지 이삼재와 관계 역시 회복될 것이다. 상우와 호정이 역시 서로에게 따뜻한 부부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렇게 결말이 예상되는 드라마의 볼거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화해와 따뜻한 결말에 이르는 그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우재가 보여주는 모습은 극단적이지 싶다.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 놓고 가족에 대한 서영의 태도를 보면서 녹아내리는 것은 우재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영이도 그렇다. 상당한 거짓을 고했으니 토설하기 어렵겠으나 우재가 알았다는 사실에 그렇게 발끈하고 독설로 관계를 마무리지으려는 것을 보면서 드라마니까 대략 용서하지만 대략 난감하다.
여튼간에 우재나 서영이나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 유일하게 마음에 든다고나 할까.
뭐 또 이렇게 증폭시켜 놓은 두 사람 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볼거리가 되겠지. 갈등 해결의 근간은 드라마라면 당연히 빼 놓을 수 없는 두 사람 간의 깊은 사랑일 터이고.
상우와 호정이 사실 제일 좋다.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내가 사랑하는 부분이 이들의 등장 부분이다. 이들 때문에 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치하고 식상한 구석이 없지 않으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 빼고서는 일단 무리가 없어 자극적이지 않고 유치함과 식상함에서 편안함이 우러나온다고나 할까.
상우가 호정이에게 맘이 기울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말이다.
'남편이 있으니까 든든하지' 크크크, 녀석, 자기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서영의 가출로 인해 상우와 호정 관계에 위기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 예측을 해 본다. 호정이는 미경이를 떼어내기 위한 방책이었다. 서영과 우재의 불화를 틈타 상우와 미경이가 뭔가 시도한다면 완전 막장이 되겠지만, 상우와 호정의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정도라면 드라마에서 충분히 가능한 소재가 되는 것 아닌가.
만약 작가가 그런 흔들림과 갈등을 이야기에 넣는다 해도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으니 그 흔들림과 갈등은 당연히 관계를 오히려 더 돈독히 만들어 가는 촉진제가 될 터..
그리고 또 하나의 개인적 예측으로는 미경과 호정의 오빠 경호가 맺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하튼 이번 주말을 기대해 본다. 상우와 호정이가 좀 나와줘야 되는데, 서영이네만 많이 나오면 지겨워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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