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즈엔드 Parade's end
BBC가 만든 시대극에 대한 '맹신'은 로빈훗과 멀린을 보면서 무너졌다. 우리나라 주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탓이다. 만날 똑같은 동네에서 소수의 인물들이 북치고 장구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끔 하는 것들이 영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았다.
그럼에도 난 멀린을 아주 사랑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변함없이 우리나라 사극과 BBC 시대극 모두 좋아한다. 거기다 퍼레이즈엔드에는 사랑하는 셜록, 베네딕트 캠버비치 등장하시니 당연히 보아주셔야 했다.
솔직히 비주얼면에서 베네딕트 캠버비치는 상위에 자리하긴 어렵다. 즉, 안구정화에는 그닥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퍼레이즈엔드에서 부족한 베네딕트의 비주얼은 그의 아내 실비아로 분하는 레베카 홀이 보충해 주는 것 같다. 처음엔 별로였는데 볼수록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완벽한 실비아 티젠트를 만들어 냈을 것 같다.
베네딕트 캠버비치, 그의 성 캠버비치에서 바퀴벌레 약 컴뱃이 연상된다. 그리고 어줍잖게 학창시절 주어들은 것으로 인해 베네딕트하면 일단 베네딕트 수도원 이런 것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니 그의 이름이 고색창연하게 느껴진다. 고색창연함과 바퀴벌레 약, 그래서 난 늘 그를 셜록이라 부르고 싶다.
베네딕트가 퍼레이즈엔드에서 분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티젠트는 에드워드 7세 시대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영국 귀족이다. 하지만 실비아와 만남의 첫 단추 자체가 그의 신념에 반하는 일이었다. 이후 여성참정권자인 발렌틴 워납과 만남으로 그의 신념은 공격받게 된다.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등등, 매우 좋아하지만 사실 그 안에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 그 대화로 빚어지는 사람들의 감정 등이 이해안가는 것들이 상당하다. 퍼레이즈엔드에서도 역시나 속사포 같이 쏟아내는 그 말들이 갖는 의미들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영국 시대극을 볼 때마다 사고와 언어의 차이를 많이 느끼면서 보고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만을 기초로 하여 이 드라마를 요약하자면 크리스토퍼 티젠트가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신념, 그 신념으로 인해 만들어진 틀에서 벗어나 애매모호한 삼각관계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중학교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마주한 이 드라마의 제목 퍼레이즈엔드는 사실 알쏭달쏭했다. 그러나 4회 쯤 크리스토퍼가 퍼레이드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명확해졌다.
제목의 퍼레이드는 사전의 정의된 그대로를 가져오자면 과시이다. 놀이공원에서 보는 퍼레이드가 쫑난 것이 아닌 다른 의미의 '퍼레이드의 엔드'에 이르러 그의 관계는 새로와진다. 맥마스터가 과거의 친구로 남고 미스 워넙에 대한 사랑은 밖으로 내놓는다.
5회를 모두 보고 나니 간단한 이야기를 참 복잡하게 풀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렌틴, 크리스토퍼, 실비아,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그럴 듯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것은 이해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특히나 5회의 구성이나 화면 등은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미니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엉성하고 정돈되지 못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아래 그림에 보이는 인물들이 주요 인물들로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지만 드라마 자체는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구글을 찾아보니 퍼레이즈엔드는 Ford Madox Ford라는 사람이 쓴 4부작 동명소설을 Tom Stoppard라는 사람이 5부작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2012년 10월 11일에 39회 Ghent Film Festival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Festival 이전에 BBC에서 방영하고 2013년 2월 26일에 HBO에서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
극본을 쓴 Stoppard는 베네딕트가 셜록으로 국제적으로 스타가 되기 전에 이미 크리스토퍼 티젠트역에 베네딕트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Stoppard라는 사람이 배우를 잘 선택했다 본다.
이 드라마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벨기에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멀린은 프랑스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영국은 영국 시대극을 촬영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는 의미인가?
영국에선 이 드라마가 대체로 호평을 받고 원작소설은 드라마가 방송된 이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은 책으로 완수해야 할 것 같다.
볼만은 했지만 썩 인상적이진 않았던 퍼레이즈엔즈, 다섯개 만점의 별점은 세 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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