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시대극을 좋아한다. 국적 불문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만나는 영드, 미드, 일드의 세계로 인해 시대극의 새 지평이 열리리라는 기대를 했었다.

 

역사는 재밌다. 그리고 야사는 정사보다 재밌다. 여자들의 궁중암투 또한 재밌다. 그래서 오오쿠 시리즈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일드나 일본영화를 좀 보다보니 그들의 시대극 주단골은 오다노부나가, 도쿠가와이에야스 그리고 신선조인 듯하다. 오다노부나가와 도쿠가와이에야스는 지겨울 정도로 우리고 또 우리고 있다. 아무리 진한 차라도 티백이든 잎차든 두 번 우리면 향이든 맛이든 옅어진다. 그러니 오오쿠는 꽤나 신선했다.

 

오오쿠는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볼 때 영화와 드라마는 비교에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오오쿠 옛 버전과 새 버전의 비교 감상은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옛 버전을 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오오쿠는 역사 속 실재했던 막부시대 쇼군와 여인들을 바탕으로 허구가 덧붙여딘 것이다. 최고 권력자 남자를 둘러싼 여인들의 치열한 투쟁사.

 

그런데 만화가 이 남자 쇼군을 둘러싼 여인 처첩을 뒤집었다. 여자 쇼군과 남자 처첩...이렇게 몇 글자로 써 놓고 보니 신선한 이야기에 재밌는 발상이다 싶다. 

하지만 만화를 실사로 옮겨놓은 니노미야 주연의 영화를 볼 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말 일본스럽다, 이런 영화를 왜 봤을까 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한동안 뜸했던 일드를 뒤지다 한번 봐줘볼까 하는 생각으로 오오쿠 탄생을 보기 시작했다.

.....볼 만했다.

 

드라마는 여자 쇼군의 탄생비화를 담고 있고 영화는 이미 여자 쇼군이 자리잡은 이후를 담고 있다. 고로 이야기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천양지차가 되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니노미야는 일단 숫컷 기운이 없다, 주관적으로 볼때말이다. 그래서 남자가 귀하면 숫컷답지 않은 숫컷도 대접받겠구나라는 생각만 전해줬다고 영화를 악평하고 싶다. 무엇보다 니노미야가 만들어내는 인물과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했다. 영화의 느낌은 가볍고 기괴하고 유치했다.

 

그에 반해 드라마는 꽤나 진중하게 이야기들에 설득력을 부여했다고 본다. 일본스런 발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고 어딘가 세상에선 저렇게 살고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배우에 대해서 말하자면, 아리코토로 분하고 있는 사카이 마사토의 연기도 좋았지만 최초의 여자 쇼군 타베 미카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니 저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지 라며.

 

드라마는 영화처럼 여자 쇼군을 위한 오오쿠 이야기를 시시껍절하지 않게 담았다. 그리고 남자 측실이 낯설고 이상하게 보이는 자신이 가부장적 사회의 가치를 얼마나 잘 흡수하고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적면포창? 듣보잡의 이 병으로 인해 남자가 진귀하게 되자 어찌할 도리 없이 여자가 대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설정 자체가 페미니즘적 사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낯설은 남녀역전의 세상.

 

어떤 하나에 근간을 두고 모든 것이 그것을 바탕으로 돌아갈 때 만들어지는 한계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제한과 장애, 진정한 자유로움은 이런 고정된 모든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기사 그런 자유함이 오히려 제약이 될 확률이 높은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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