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영드 멀린의 시즌 5가 끝났다. 2012년에.
시즌 5로 멀린 시리즈 전체가 종결되었다. 2012년에.
한해에 한 시리즈씩...
거슬러 올라가 볼까.
2012년 시즌 5, 2011년 시즌 4, 2010년 시즌 3, 2009년 시즌 2, 2008년 시즌 1
2008년부터 줄기차게 9월이 되면 목을 빼고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멀린의 새 에피소들이 올라왔는지 뒤적거렸다.
첫 시즌이 끝나고서는 멀린이와 아더가 좋다며 아더왕와 멀린이를 담은 책들이 무엇이 있나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다 '마법사 세계의 안내'라는 책을 샀다. 이 책엔 마법사들의 주문도 나온다. 훗훗훗
온라인 서점을 뒤지며 남의 나라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유명한 원탁의 기사 아더왕에 대해서 성인이 되서 읽을만한 번역서가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영국 이야기든 독일 이야기든 우리나라 이야기든 많은 이야기 흡입이 새로운 이야기 창조의 초석아닌가. 하기사 좋은 책이 있어 번역을 한든 팔리지 않을 터니 만화로나 끝낼 아더왕 따윌 번역할 리가 없지.
그리고 두 번째 시즌이 끝나고서는 아더와 멀린이가 좋다며 유투브를 뒤적거리며 그 아이들 동영상을 들여다 보기도 했었다.
사실 멀린 시리즈를 보면, 그전에 로빈훗도 그랬지만 BBC나 MBC, KBS, SBS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주몽을 보면서 만날 셋인지 다섯인지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부여와 백제, 고구려가 마치 옆동네, 그러니까 봉천 1동, 봉천 2동, 봉천 3동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같고, 심심하면 땅바닥에 화살만 박아, 웃겨, 콧방귀, 정말 그랬었다.
그런데 로빈훗도 멀린도 주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카멜롯의 기사는 몇 명 밖에 없고 카멜롯의 영지는 코딱지만 하다, 지난번에 봤던 숲이 또 나오고 또 나오는데 만날 다른 곳이고 아더는 바보고 멀린이 다 해결하고 등등. 그렇지만 시리즈 제목이 아더가 아니라 멀린이니까 즉, 멀린이 주인공이니까 주인공 아닌 아더가 바보여도 크게 문제 될바는 아니다. 그리고 그래야 멀린이 돋보일터니 괜찮다.
거기다 위대한 멀린을 알아보지 못하고 멀린 덕에 카멜롯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모르는 아더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위대한 전설의 주인공 원탁의 기사 아더가 약간 덜떨어져 보이는 것도 범상한 인간들에게 살짝 위로가 되지 않을까, 아닌가? 아님 말고.
어찌하였든 위대한 멀린,
검색의 결과, 원래 멀린은 노친네다. 그런데 멀린 시즌에선 위대한 마법사 멀린은 소년에서 시작해 청년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더의 운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멀린은 위대한 노친네 마법사로 등장한다.
멀린의 노인 모습에 대한 나의 의견은 그야말로 나만의 이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간달프를 비롯하여 위대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세월을 견디면서 그 안에서 경험과 지혜를 얻고 성숙해져야 하기에 청년보다는 노인이 걸맞는 것 같다. 노인이 되기 까지 보낸 세월 속에 쌓은 내공이 기껏해 2, 30년 산 청년보다 셀 것 아닌가.
멀린 시즌 5는 최종 시리즈여서 그런지 다른 시즌 보다 에피소드가 더 많았다. 에피소드 12, 13은 각각 the diamond of the day 1부와 2부 였다.
이 에피소드들에서 모르가나의 검은 마법으로 인해 마법을 잃었다 다시 회복하면서 더 강력한 마법사로 거듭난 멀린이 아더에게 마법사라며 커밍아웃한다. 그리고 아더는 멀린에게 예언된 운명을 맞이한다.
그리고....
멀린 시즌 5의 마지막 장면은 멀린의 커밍아웃으로 인해 아더가 겪는 혼란 그 이상의 것을 시청자들에게 주었다. 아더는 멀린에게 마지막으로 고맙다 말할 수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절대 그럴 수 없지 않았을까?
주몽은 훌륭했다......
내가 받은 학교 교육에 의하면 무엇을 보든 교훈을 끌어내야만 완결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멀린을 보면서도 찾았다. 교훈. 크리스탈 동굴에서 멀린 아버지의 등장에서 찾았다.
..... 본 지 시간이 좀 지난터라 기억의 정확한 복구는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멀린아 넌 대지의 아들, 그러니까 자연에서 태어난 아이, 태어날 때부터 넌 마법을 갖고 있었고 잃어버린 적도 없다.......두려워 하지 말고 너를 믿고 앞으로 나가거라......아! 가물가물!
어쨌든 그 장면을 보면서 얻은 교훈은 이렇다.
멀린에서 조금 범위를 확장하여서 우린 모두 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 땅에 존재하게 되었다. 고로 우린 모두 다 마법과 같은 존재이다. 고로 두려워말고 용기를 갖고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자.
진부한가?!
진리를 우린 스치듯 흘려 보내다 어느 순간 하나씩 건져내 자신이 살아갈 동력으로 삼는다. 멀린을 보던 시간, 나의 촉에 걸린 진부한 진리는 멀린 아버지가 멀린을 격려하는 말이었다. 두려워말라, 너는 자연이 낳은 마법과 같은 존재야.
그런데...
그웨너비어, 이 캐릭터, 시즌 1부터 시종일관 마음에 안들었는데 결국 왕좌를 차지한다. 아 싫어...
그웨너비어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마스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모드레드
캐스팅은 잘한 것 같다. 모드레드, 순진한 듯 결국 배신땡기는 캐릭터로 딱 어울리는 아우라를 풍기는 배우로 보인다.
마음에 들던 안들던 모르가나도 엠리스로 인해 맞게 될 운명과 조우했고 아더도 갔고 멀린만 영생불멸하지만 카멜롯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멀린도 아련한 기억 속 어딘가로 들어갈 것이다. 5년 동안 마지막 분기에 볼거리였던 멀린이여 안녕~(차승조가 사랑하는 물결)
마법, 운명 등이 아니더라도 옛스럽고 낯선 소재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영드를 곧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셜록의 새로운 시즌도 등장해 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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