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북아일랜드와 BBC드라마국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셰익스피어리톨드는 2005년 11월에 방영되었고 나는 이 시리즈를 2012년 6월과 7월에 걸쳐 보았다. 사실 이 시리즈물이 2005년도 작인줄 모르고 봤다. 요새 같은 세상에서 7년의 차이를 그렇게 아무렿지 않게 상쇄시켜버린다는 것, 그야말로 저력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원작의 힘이 있긴 하지만,

그리고 또16세기 인물인 세익스피어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는 사실, 그것도 자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은 작품 자체의 힘만 오롯이 작동한 것은 아닐지언정 대단한 일임을 부인할 수 없을터.

 

세익스피어 리톨드 이전에 켄터베리 이야기를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했던 것 같은데 그것까지 보기엔 어렵겠지?!! 제인 오스틴 다시 읽기도 재미있었는데...

해리포터를 비롯하여 반지의 제왕 등등 영국이 갖고 있는 이야기 콘텐츠의 힘은 진실로 크고 크도소이다.

 

세익스피어 리톨드 시리즈는 총 네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뭔가 가욋것처럼 하나 더 있는데 일단 네 편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네 편은 아래와 같다.

 

헛소동 Much Ado About Nothing

맥베스 Macbeth

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

한 여름 밤의 꿈 Midsummer Nights Dream

 

나만의 순위별로 네 편을 나열한다면 말괄량이 길들이기, 맥베스, 헛소동, 한 여름 밤의 꿈이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정말 재미없었다. 재미없는 판타지 그 자체였다고 말하고 싶다. '재미'만으로 치면 헛소동이 맥베스 보다는 상위에 랭킹된다. 하지만 나의 순위는 보고 난 후의 잔상이라고나 할까 감상 후 느낌의 정도에 따라서 나열한 것이다. 느낌의 정도라고 하니 맥베스가 더 앞으로 나와야 할 것도 같지만, 이 시리즈물을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점수를 후히 주는 것 같다, 인터넷 서핑을 해 보면 말이다.

 

다른 누리꾼들의 반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인터넷이라는 것이 놀라운 녀석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과거 우리가 보는 외화라는 것은 방송국에서 선별해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현재는 케이블이니 종편이니 하여 방송국 숫자가 늘어서 예전에 방송국이 제공해 주는 외화 수에 비해선 많아졌지만 인터넷으로 접하는 외화의 세계를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다.

 

줄리엣과 로미오 외에는 세익스피어의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아무리 유명하다고 할지라도 세익스피어는 내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거기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영화한 된 것이 많다, 책 읽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 동안 영상으로 그의 작품을 대할 수 있으니 굳이 책을 펼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이런 이유에서 독서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겠지?

 

헛소동과 맥베스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말했다, 헛소동은 유쾌하게 맥베스는 어둡고 묵직하게. 인생이란 참으로 단순한 것 같고 일상은 지루한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특히나 거기에 감정과 욕구, 욕망 등등이 덧입혀졌을 때 인생은 복잡하기 그지 없어진다.

특히 맥베스의 맥어보이는 극만큼이나 인상적인 인물이다. 맥어보이의 매력은 블랙홀이다. 그냥 쫙쫙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인다. 거기에 짧고 굵게 등장하신 리차드 아미티지까지, 맥베스를 본 날 밤은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여러모로.

 

이 시리즈물을 보면서 우리나라 영화 방자전을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방자전은 춘향전을 한번 꼬았다는 사실 이외에는 B급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자의 지고지순한 춘향사랑, 춘향과 이몽룡의 모의 등은 꽤나 신선했다. 우리 고전들의 활용도 세익스피어 리톨드 이상의 것들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재주있는 사람들의 활동을 기대해 보려 한다.

 

셰익스피어 리톨드 시리즈를 아직 못 본 이들 중에 괜찮은 영드를 찾고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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