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 답게 드라마 하나가 온 나라의 화제가 되었다. 한미 FTA나 곧 있을 총선보다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화제거리 해.를.품.은.달. 이제 끝났다.
한편으론 아무리 FTA 반대를 외쳐봤자 '국민'을 위한다는 한 마디로 뜻대로 하시며 오히려 반대하는 이들이 안타깝다는 망언을 서슴치 않는 작금의 현실에 열받기 보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시시덕 거리는 것이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이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미 너무 많이 개방되어 있는데 더 열어 젖혀 '국민'을 위한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말로 서민 삶을 더 피곤케 하는 몹쓸 세상에서 남자와 소년의 절묘한 버무림으로 지고지순한 사랑 보여주는 수훤은 바늘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였다. 수훤, 그가 조금 과하게 뜬 감은 없지 않으나 그의 부상은 이유없지 않다.



해품달은 아역들이 시작을 너무 잘한 드라마였다.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했을 때의 결핍을 느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들은 각자의 역할의 옷을 입고 자체발광해 주었다. 형선, 대왕대비, 악의 4인방을 담당한 중견배우들도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 주셨고.

노안에 대한 재치 트윗으로 화제가 되었던 염은 보면 볼 수록 반듯하고 단정한 아우라를 발산하는지라 훅 가셨음에도 불구하고 딱 염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운.....난 처음 이 아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책 속의 운의 느낌이 안난다며 블로그 포스팅도 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운이 좋아졌다. 이 아이 너무 귀엽다. 양명일우의 곱상함도 이 아이의 해맑은 느낌에 비견할 수 없다. 주관이 너무 강렬한가?! 어쨌든 나의 컴 배경엔 이 아이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우하하하하

 



큰 줄거리는 원작과 닮았지만 2차 저작물답게 드라마는 드라마 만의 맛이 있었다. 활자를 통해 자신 만의 그림으로 보는 소설과 배우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보는 것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원작과 드라마는 인물들의 비중도 차이가 있었고 설정에서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었다. 

드라마의 속성이 책보다 상업성을 더 띠어서인지 드라마 해품달이 좀 더 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우의 기억상실 역시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였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디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자극성은 적게 느끼며 드라마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현대극과 비교해보면 사실 양명일우는 전형적인 서브남이고, 훤과 연우는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강렬한 사랑에 빠진 전형적인 남녀주인공이였지만 시대극이라는 것이 트렌디 드라마에서 느끼는 자극성을 중화시켜 줬다는 생각도 든다. 

해품달이 연장하지 않고 종영한 것은 바람직했다 생각한다. 아쉬운 듯할 때 끝내주는 것. 좋다. 하지만 마지막 두 회는 좀 어수선했다. 특히 19회는 엉성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즐겁게 보았고 드라마는 끝났다.

해품달의 인기에서 컨텐츠의 힘도 중요했다. 로맨스 소설의 시각에서 등장한 왕이 기존의 왕과 같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신선했던 것 아니겠는가, 훤이라는 인물이.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컨텐츠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야기의 나라 영국에 대해서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들이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미 생성된 야기들을 기초로 확대 재생산되어 더 새롭고 풍성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영국 컨텐츠의 힘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컨텐츠의 힘을 키워 경쟁력을 가지자는 다큐의 메세지를 그대로 읊고자 꺼낸 말은 아니다. 다만 흥미롭고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들이 더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아듀 해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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