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 끝났다.
일드는 분기별로 진행된다.
각 분기별로 하나씩 보는 경우 4편의 드라마를 보고 나면 1년이 간다.
4분기 드라마가 끝나면 그 해도 마무리되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시작해서 진행되고 끝나가는 동안 나의 시간들도 함께 흘러간다.
일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시작되고 진행되면서 내 시간이 흐르는 것이지만 역시 한 해의 끝이 보일 즈음이라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는지라 이런 넋두리가 나온다.

유성은 어려움을 만난 두 남녀가 만나 진정한 사랑을 알아간다는 내용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일단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두 남녀 배우를 보자.


다케노우치 유타카와 우에토 아야,
두 사람 모두 일본에선 흔들림없는 입지를 다진 배우들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에토 아야에겐 호감도 바닥이다. 그러나 다케노우치 유타카에 대해선 생각날 때마다 찬양하고 있고 심지어는 이상형이다.
그러고 보면 우에토 아야는 나의 선호 배우 다케노우치 유타카, 후지키 나오히토와 같이 작업을 했군.
유성은 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따르자면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드라마이다.
좀 짜증스러울 수 있는 트집을 잡자면 극중 켄고(다케노우치 유타카)는 리사(우에토 아야)를 만나기 전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었다. 첫 화에서 웨딩드레스를 고르러 간 켄고의 미소는 행복하고 자상하고 수줍은 새 신랑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켄고는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 순애담의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 사랑이 옮겨간 남자에 불과하다. 사랑이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를 깨달아 가는 쪽은 리사이다. 오빠로 인해 몸을 팔아 빚을 갚고 있던 리사는 만나던 남자에게 자신의 직업이 탄로났을 때 채여야 했다. 삶이 몹시 괴롭고 지겹고 버겁고 많이 지쳐있던 리사에게 따뜻하고 상냥하며 진중한 켄고의 보살핌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게 된다. 물론 켄고와 그 어머니의 마리아 사랑도 큰 작용을 했지만 본 바탕 착한 리사에게 켄고와 지내는 시간은 위로의 시간이요 격려의 시간이었다. 켄고도 리사가 처한 상황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또 리사를 겪을수록 리사에게 마음이 쓰였기에 리사에게 사랑이 옮겨갔고...이런 감정 변화들이 잘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1년간의 그리움과 재회는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일드를 볼 때 주연급 배우들이 조연을 하는 것을 보면 괜찮아 보인다. 이 드라마에선 마츠다 쇼타와 이나가키 고로가 조연으로 등장해 주셨다. 마츠다 쇼타, 좋은 느낌으로 등장해 줬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나가키 고로였다. 비열한 오빠 역이 이리 잘 어울릴 줄이야. 개인적으로 SMAP 멤버 중에서 고로가 가장 낫다고,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나의 안목'이라고 감탄하며 봤었다. 그리고 최종회에서 두 번의 반전을 보여준 고로... 첫 번째 반전은 괜찮았다. 그런데 두 번째 반전은 이거 뭐 유주얼 서스펙트도 아니고 너털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고로가 동생의 저금통장을 보면서 눈빛을 빛낼때 흘렀던 음향효과는 지금까지 그의 악행과 결합되어 마지막까지 한 건 해 주는 것인가 하는 긴장감을 던져 주긴 했으나 잠시 뿐이었다. 오히려 연출자의 얄팍한 술수에 결국 화가 나는 그런 장면이었다.
고로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마지막회가 엉성하게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보였지만 이 드라마에 평점을 매기라 한다면 별 다섯개 만점에 두개 반 정도 주고 싶다. 배우들의 힘이 가장 컸던 드라마였다. 우에토 아야도 안정적이었고 조연들도 매우 잘 바쳐주었고, 물론 타케칸은 빛나 주셨다. 고로가 없었더라면 리사를 측은히 여길 수 있는 여지가 적었을 것이다. 리사의 오빠란 악의 축이 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착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진부했다.


이 드라마는 의상비가 참 적게 들었을 것 같다. 다들 생활인답게, 입고 나오는 옷에 매회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켄고는 저 파란 점퍼를 드라마에서 절반 이상입고 등장하고, 리사도 모자 달린 점퍼와 청반바지로 극의 3분의 2를 채웠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 삼십만원짜리 월세 살면서 친구랑 반반 나눠살면서 소외된 이웃이니 뭐니 돈 없다고 천대받지만 옷도 많고 특히 겉옷들은 어찌나 좋으신지...옷 사느라 빚 좀 있겠다 싶을 정도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나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군요. 아직 끝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 '유성'을 지탱해 주셨던 전 스탭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풍성했던 3개월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타케칸이 드라마를 끝내면서 밝힌 소감이다. 드라마 내용이 그닥 흥미진진 재미있지 않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나도 생각하고 있다. 10회는 너무 짧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적어도 16회는 해 주건만 일본드라마는 왜 그리 빨리 끝들을 맺으시는지...타케칸의 새로운 드라마를 기대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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