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미주의 화가
에드워드 번 존스 Edward Burne-Jones

밤 Night

"그림 속 여인은 몽유병 환자처럼 두 손을 앞으로 내민 채 외로이 허공 속을 떠 다닌다.
두 발을 땅에 붙이지 못하는 것을 보니 그녀는 몽상가인 모양이다"
-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은주

하지만 난 판타지 속의 여인처럼 보인다, 그림 속 여인이.
나에게 있어 푸른빛은 긍정과 희망...좋은 것을 대표하는 색이다.
밤 공기를 가르며 세상 위를 날다보면
하늘 아래 세상도 굽어보고
땅 위도 느껴보고
또 바람도 느껴보고
...
좋지 아니한가
손모양이 어떠하든
손으로 느껴보고 싶었을 수도 공기의 결을




나의 느낌과 그림을 생각하면 생뚱맞지만 여기서 이 시 한수를 읊어 보련다





정호승

푸른 달밤이었다
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다
한 손에 칼을 쥐고
또 한 손에 사람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 한걸음 뒤로 물러섰으나
그는 성큼 다가와 내게 소원을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성큼 다가와 내게 소원을 물었다
마침 달이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때였다
나는 그 달을 바라보며
시인이 되기보다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높이 칼을 들어 그가 대번에 내 머리를 잘라보리고
손에 들고 있던 새 머리를 내 목 위에 척 얹어주었다
참으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는 잘라낸 내 머리를 다시 한 손에 들고
어디론가 달빛 따라 길을 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매달려가는 내 머리가 몇번이나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페이스오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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