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여름 도심의 뜨거운 볕을 피해 숲이 우거진 곳에 들렀다 바다에 갔다
천리포와 만리포

먼저 천리포에 들렀다
그런데.....도통 사람이 안보여 여기가 해수욕장인지 아닌지 어리둥절
근처에 식당도 드물고, 있는 식당도 정 안가고, 그나마 천리포 버스 정류장 곁의 슈퍼겸 식당 사람들은 친절했다, 식당 자체는 별로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정겨우니 식당마저 품을 수 있다

슈퍼겸 식당 아저씨가 친절히 가르쳐 준 대로 물빠진 해변을 따라 걸어 천리포에서 만리포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리포 수목원을 따라 계속 걸어 천리포 해변 끝까지 간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이 구조물 옆으로 언덕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 언덕에 있는 만리포교회수양관으로 올라 길따라 가면 만리포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천리포 해변도 만리포 해변도 모래가 참 고왔다, 모래가 단단해 발이 푹푹 빠지지도 않는다, 물이 빠진 뒤 모래 사장에 작은 게들이 간간히 보인다, 

드러난 모래 바닥도 그렇고 바닷 속 모래도 그렇고 아래 사진 같은 모습을 띈 곳이 많다, 눈 앞에 자연이, 바다가 새겨 둔 무늬가 매혹적이다,
모래 두렁과 두렁 사이의 작은 내, 이 내도 하늘을 담고 있다, 내 크기 만큼 담긴 하늘이지만 하늘은 하늘이고 아름답다



천리포보다는 만리포가 넓어 사람들로 더 붐비겠지만 만리포가 나아 보인다, 해변도, 먹을거리 선택권도, 샤워장 등을 포함한 편의시설도 낫다, 역시 사람이 모이는 만큼 편리라는 것이 만들어지나 보다

부서지는 파도를 종아리에 느끼며 바다에 발을 담군다, 여름 해변에 드러낸 맨 다리가 열기를 잔뜩 먹고 이후 어찌되든 지금 이 순간은 시원한 바다의 체온이 더위 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독여 준다,

바다에서 나와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차근 차근 밀려오는 바닷물을 바라본다, 한번씩 파도가 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모래사장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큰 파도가 올때는 바다가 모래 사장을 조금 더 많이 먹어 치운다, 밀물에 멀리 보이는 섬이 물안개 속에 묻힌다, 잠시 파도에 눈을 돌린 사이 어느새 물안개가 누그러들어 있다, 신묘막측, 픽시 자연을 위한 말이다



조금 전의 바닷물은 살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밀려오는 속도가 빠르다, 조금이 지난 후 밀물은 밀려오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한다,
이제 기억 속에만 계시는 외할머니께선 바다가 운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측량할 수 없는 양의 물을 품은 바다가 내는 물소리는 나이아가라도 이구아수도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다, 그 어마어마한 물이 만들어 내는 소리, 특히나 깊은 밤 들려오는 바다의 울음소리는 무서웠을 것 같다, 외할머니께선 바다가 우는 날엔 사람이 또 죽었겠구나 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말씀대로 바다가 운 다음날엔 부음이 들리곤 했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살아온 인간들이 읽어 낸 자연은 지금의 눈부신 과학으로 분석해 놓은 것 이상의 서사를 품고 있다, 놀라운 경험치들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때론 그 기발함에 아찔해 진다

 

탁 트인 하늘과 수평선, 그리고 밀물이 몰고 오는 상쾌한 바람에 취해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바다가 내 발끝에 걸려 있다, 바다에 삼킴당해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바다를 떨궈내는 양 모래를 털고 일어나 밀물보다 빨리 육지로 밀려 간다, 상쾌한 바람과 시원한 바닷물, 그리고 그 바다 위의 매혹적인 하늘이 그리워 뒤돌아 봤다, 발자국이 보인다, 이내 바닷물이 정돈해 줄 내 발자국,
지나온 날들의 내 발자국들, 시간의 바다가 삼켜버린 발자국들, 삼켜져도 뒤돌아보지 않았던 발자국들도 있고, 아쉬움에 안타까움에 아픔에 눈물짓던 발자국들도 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뒤를 졸졸 따르다 사라질 내 발자국들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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