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햇살 눈부시게 부서지는 오후 어느날
어슬렁 어슬렁
점점 노후해지는 몸은 이곳저곳 이상신호를 발송하고
생활의 편리를 위해
병원에서 노후이상증세를 약간 수선하고 돌아오는 길
햇살이 너무 찬란해
눈뜨고 있기 조차 힘들다
시선을 낮추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보니
우리 동네에 이리도 화단이 많았던가
역시 사람은 흙과 자연이 필요한 존재인가
훌륭하다 나는 ㅎㅎ
이런 생각도 할 줄 알고 ....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무장되어 있는 동네에
흙을 모아
꽃나무들을 심어 놓은 것이
큰 위안이 된다는 새삼스런 발견 앞에
휴대전화를 꺼내 찰칵거리며
기록의 인간임을 증명해 본다
이 꽃은 모란?
향기가 없다는 그 모란
그래도 꽃말은 부귀, 왕자의 품격 이런 것이고
거기다 부귀영화를 상징한다지
이 꽃이 모란이 아니면 아닌 것이고...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난 이 나무를 좋아한다
이 나무는 우리 집으로 가는 골목에 있는 유일한 큰 나무이다
겨울의 앙상한 가지는 가지대로 '아 이곳에 나무가 있다'라는 위안을 주고
봄이 오면 벚꽃 비스무리한 꽃을 예쁘게 피워 골목 풍경을 살려준다
야밤에 이 나무 아래서 연인들이 연애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나는 봤지....
꽃이 지고 나면 저렇게 잎이 무성해 지기 시작한다
여름엔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참으로 기특하다
그리고 가을
빨갛게 단풍이 든다, 나름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