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숨을 돌리게 될 때가 있다. 

오랜 세월 일제 식민지 치하를 벗어나자 동잔 상잔의 비극이 있었던 이 땅에서 잘먹고 잘사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그저 텁텁하다.

 

 

 

두 편의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니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창세기 8:22

 

코모리에서 이치코는 겨울에 다음해 농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봄에 씨뿌리고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거두어 겨울을 위해 저장하고 그리고 그 다음해의 농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코모리를 둘러싼 숲에서 자라는 풀, 열매를 채집하러 다닌다.

 

사계절이 지나면서 땅을 갈고 씨를 뿌려 돌보아 추수를 한 땀의 결실인 싱싱한 먹을거리로 자신을 몸을 돌보는 삶을 보는 것만으로 치유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잔잔하게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 속에는 농사짓고, 그 사이사이 먹을 것을 해먹고, 또 엄마, 친구, 이웃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간간히 끼어들어 있다. 그리곤 특별한 갈등도 엄청난 이야기도 없다. 그럼에도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만져준다.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은 문명의 이기들이 아님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