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 언제쯤이면 그치려나"

"언젠가, 그칠 겁니다, 지금까지 비는 모두 그쳤으니까요"

 

"상냥함은 때로 타인을 상처 주는 것이군요"

 

영화는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어서 이 영화를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에게 헌정한다는 자막 후에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풍경이 보인다. 많은 비로 주변의 나무 빛이 검어 보일 정도다.

 

비가 너무 내려 강물이 불어나 강을 건널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인 허름한 여관에 사무라이 부부도 묵고 있다. 사무라이는 겸손하고 친절하며 항상 웃고 있다, 거기다 검 실력도 좋지만 떠돌아 다니는 낭인이다.

 

비가 그쳤지만 물이 불어나 강을 건널 수 없다. 물이 좀 빠져나가야 도강이 가능하다.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랠 겸 몸을 움직여 보기 위해 나선 길에서 사무라이는 그 방의 도노를 만나고 검술지도자 자리를 얻을 기회를 얻지만, 생각지 않은 난관을 만난다.

 

"상냥함은 때로 타인을 상처 주는 것이군요" , 사무라이와 검술대결을 하다 연못에 빠진 날 도노와 그의 아내가 나눈 말이다. 상냥함이 타인을 상처 줄 수도 있을 것이다. nice함은 비겁함이고, kind함은 용기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영화에서 상냥함음 kind에 속할 것 같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서 그 진의가 왜곡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nice한 척한다. 오해받지 않고 무난하게 지내는 쪽을 선택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일정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해야할 말, 행해야 하는 행동이 덩달아 선을 넘지 않는다.

 

사무라이는 고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강을 건너 길을 나선다. 통보받을 때 사무라이의 아내는 통보하러 온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남편을 지지하고 당신들 같은 꼭두각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다소곳하게 조용히 그러나 강단지게 남편의 곁을 지키는 심지 굳은 아내였다.

 

강을 건너자 사무라이는 잠시 혼자서 숲으로 들어가 검을 휘두르고 온다. 미련을 베어버렸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그리고 탁트인 바다를 만난다.

 

사무라이 아내의 말을 전해들은 도노는 사무라이를 데려오기 위해 맹렬히 말을 달린다.

 

사무라이 아내는 실력도 인품도 좋은 남편이 꽃을 피우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지만 약자에게 관대하고 그들에게 베풀 줄 아는 남편의 현재의 모습도 훌륭하다 생각한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 물이 불어 건널 수 없는 강은 사무라이의 지금껏 풀리지 않는 세상살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무라이는 모든 비는 그칠 것이라 생각한다. 도노를 연못에 빠뜨리고 돌아오는 날, 사무라이는 자신이 고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사무라이는 자신을 돌아본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상황에 분통떠트리지 않았다. 물이 빠져 도강을 하여 만난 탁트인 바다를 만난 것은 사무라이가 자기를 쫓아오는 도노로 인해 정착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삶은 실력보다는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비그치다는 잔잔하고 소박한 이야기다. 모든 영화, 소설 등등이 그렇듯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흥을 느낄 것이다.

 

감독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인상적으로 봤었다. 소소하고 시시한 듯한 것에서 무엇인가를 끌어내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본 영화, 드라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