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스 스크랩
도시인들에게서 조현병이 더 많은 이유는?
정신분열증의 새 이름, 조현병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
조현병(調絃病)을 아시나요?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뜻으로서, 뇌의 신경망을 조절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올해 새로 발간된 ‘2011 신경정신의학 용어집’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조현병은 새로 등장한 질병이 아니라 ‘정신분열증’의 새 이름이다. 현악기의 줄이 적당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제 소리를 낼 수 있듯이 인간의 정신도 적절하게 조율돼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에서 지어진 병명이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1%로서, 인구 100명당 1명이 일생에 한 번 앓을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조현병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로서,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조현병에 대한 새롭고도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생물이 조현병 조절할 수도 있어 조현병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보다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에게서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 수십 년 전에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병리학자 및 사회과학자들의 조사일 뿐 이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심층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신경과학 연구팀은 도시와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특정한 뇌 구조가 사회적 스트레스에 각기 다르게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여기서 사회적 스트레스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만하임 대학 정신건강연구소의 마이어-린덴버그 연구팀은 도시의 삶이 정신질환에 미치는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즉, 실험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며 수학 시험을 보게 한 뒤 이들의 뇌를 스캔한 것. 그 결과 수학시험을 보는 내내 실패한 듯한 느낌을 받은 실험자들의 뇌 부위 중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류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편도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고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대상회피질도 농촌에서 자란 사람보다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에게서 좀 더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환경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발병률과 강한 연관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이에 따라 마이어-린덴버그 연구팀은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좀 더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현병이 인간의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최근에 나왔다.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 속에는 이보다 10배나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주로 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이나 호흡기, 생식기, 입 속, 피부의 상피세포에 많이 분포하는 이 미생물들을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이라 한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 및 영양소 섭취 이외에 숙주의 다른 생리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최근 속속 발견되고 있다. 장내 세균이 세로토닌 생성에 필요한 유전자 활성을 조절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스웨덴의 페터슨 박사는 최근 체내의 미생물이 숙주의 뇌 발달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시냅스의 수와 기능이 문제? 페터슨 박사팀은 장내 미생물을 보유한 보통 마우스와 무균 마우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무균 마우스가 보통 마우스보다 활동성이 높고 불안 수준은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으로 나눠진 박스에 넣고 관찰한 결과 보통 마우스는 어두운 곳으로 숨은 데 반해 무균 마우스는 밝은 곳으로 나와 돌아다녔던 것. 더불어 연구팀은 이 마우스들의 뇌를 대상으로 화학물질의 농도와 유전자 활성 수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균 마우스는 보통 마우스보다 도파민 등 불안과 관련된 화학물질을 신속하게 분해했으며, 유전자 활성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이 조현병 등 신경발달 장애질환의 발병 과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실히 밝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조현병에 걸린 환자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배양접시 위의 정신질환 모델’이 구현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뉴런으로 분화시킨 뒤 이 뉴런과 정상인들의 뉴런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지난 4월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에게서 유래한 뉴런은 정상인의 뉴런보다 시냅스를 적게 형성하는 대신 전기펄스를 전도하는 능력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현병 환자의 뉴런과 정상인의 뉴런 간에 유전자 발현 차이가 있는지 검사한 결과, 시냅스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 및 단백질, 그리고 기타 정신질환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연구결과는 시냅스의 수와 기능이 조현병의 발병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현병 환자와 정상인의 뉴런 차이는 질병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차이가 아니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차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조현병은 수천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병에 기여하며,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제각기 다르다. 따라서 조현병은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증후군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1.07.0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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