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시노다 볼린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보면 헤스티아(화로와 신전의 수호신, 지혜로운 노처녀 고모) 성향이 강한 여자들은 혼자 식사할 때도 양푼이와 숟가락만 들고 끼니를 때우는 일이 없습니다. 혼자만의 끼니에도 할 수 있는 한 멋진 밥상을 차립니다.  

 

향초를 피우거나 완벽한 세팅을 한 밥상은 차릴지 못할지라도 그저 대충대충 허기를 채우는 대신 최소한의 격식을 차린 밥상 혹은 찻상으로 스스로를 대접해 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기위해 혼자만의 밥상을 근사하게 차리기 전에 물한잔을 마실 때도 적절한 컵에 곱상하게 물을 따르고, 벌컥 벌컥 들이키는 대신에 천천히 곱게 마시다가 컵을 내려놓을 때도 아무데나 내려놓지 않고 '컵받침' 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오랜동안 잠들어 있는 내 안에 헤스티아를 깨워 보기로 했습니다.

 

원단을 담아놓은 상자에서 조각 천과 누빔지를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슬금슬금 조각 천을 동강내고 누빔지도 조각천 크기에 맞춰 동강내서 노루발의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손바닥만한 천을 조물락거리면서 손가락하나 굵기만한 창구멍으로 뒤집었더니 구깃구깃합니다. 그 구깃구깃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상침을 했습니다. 반듯반듯한 네모를 만들려고 했는데 노루발이 지난 곳은 반듯한 사각형 대신 자유로이 구겨진 사각형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헤스티아가 깨어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하하하.

 

적어도 두 개는 만들어두어야 할 듯해 남아있는 페이즐리의 원단도 슬금슬금 가위질을 한 뒤에 사방에 상침을 해서 마무리 했습니다.

 

 

우선 손에 잡히는 종이컵을 얹어 보았습니다. 나름 괜찮다는 자족이 밀려옵니다. 하하하. 이제부터 혼자마시는 물 한잔, 커피 한잔 일지라도 컵받침 을 살포시 깔아두고 벌컥거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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