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고 있던 소설책을 드디어 끝냈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Before She Met Me

줄리안 반스 장편소설
Julian Barnes

열린책들 출간

이 책은 2010년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할인된 값으로 득템한 책이다.
제목에 이끌려 이 소설을 한 번 사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찾아간 도서전에서 이 책을 할인 판매하고 있었으니 이 책은 내게 올 운명이었던 것이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찌질한 인간에 대해서,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한없이 가련한 인생에 대해서 무겁지 않게 할 말 다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작가, 매력적이지 않은가!
책 날개에 보니 열린책들에서 이 소설 이외에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고슴도치, 플로베르의 앵무새, 내 말 좀 들어봐, 태양을 바라보며 라는 반스의 책들을 번역출간해 놨다.

줄리언반스는 1946년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근대 유럽어학을 공부하고 잡지에 평론을 기고하고 문예 편집다로 일하면서 얻어진 공력으로 1981년 발표한 메트로랜드로 서머싯 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리고 지금은 현존하는 영국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메디치상, E.M.포스터상, 구텐베르크상, 그린차네 카부르상, 페미나상, 셰익스피어상, 오스트리아 국가대상, 프랑스 정부의 문예 훈장 세번....각각의 상들은 영국 내의 상이 아니라 유럽 각국의 상들이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자꾸만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 노래 탓인지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으로 제목을 뒤집고 있다.
이 책은 1982년 작으로 내 기준에 비추어 생각컨데 20여년 전에 이런 내용은 나름 센세이셔널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세상을 너무 몰라 이따위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 날개에 '비극적인 희극은 역사학자 그레이엄이....'라는 글귀가 있다. 비극적인 희극,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말이 이 책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비극이다. 하지만 비극으로 치달아 간 주인공 그레이엄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희극스럽다. 트위터에서 본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아마도 .... 
이 책을 본 감상을 트위터에서 본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이렇다. 
인생은 멀리서 보았을 때 가까이서 보았을 때를 불문하고 희극과 비극 모두 될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한 애정이 집착으로 변한다. 왜? 집착의 원동력이 사랑이라 말하지 말라.무섭다.
있었던 사실인지 여부를 알 수 없는 누군가, 자기 아내의 과거에 대한 의심은 사실, 진실 그리고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결국은 피를 보고야 말았다. 의처증, 의부증이 얼마나 지독한 질병인지
여기서 생각의 힘 운운하기엔 소설이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에 마음이 착잡하다. 삶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가 난무할 수 밖에 없다는 당위성마저 느끼게 된다.

책 뒷장에 있는 정보를 보니 2006년 6월 초판 1쇄이다.
1쇄...초판 1쇄로 끝나기엔 아쉬운 책이지 싶다. 하기사 초판 1쇄로 생을 다하는 책들이 숱하게 있을 터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