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rief observed

홍성사 발간 , 강유나 옮김

100쪽 조금 넘는 책을 참 오래도 붙들고 있었다.

분량이 적다고 만만히 여길 책은 결코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루이스가 느낀 슬픔의 깊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책 속에 담긴 것들을 속속들이 헤아렸다라고 말 할 수 없겠다.
다만, 슬픔을 넘어선 고통 가운데서 이런 글을 써 낼 수 있는 작가에 대해서, 고통에 대한 그의 솔직함에 대해선 크게 감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사람을 잃어버린 고통을 알지 못해서 이 책이 그렇게 더 절절히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물론 조부모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분들의 죽음이 고통의 정도로 다가오진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산 자야 말로 한번쯤은 치열하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은 죽은 자나 남은 자에게 모두 단절을 의미한다. 특히 죽은 자에겐 완벽한 단절이다. 생에 대한 미련, 아픔, 아쉬움, 기쁨, 사랑 등등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을 포함한 그의 생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심장이 멎는 순간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죽은 이 뒤에 남아있는 자들에겐 단절만 있지 않다. 단절과 함께 새롭게 생성되는 것들이 있다. 남아 있는 자는 자신이 세상과 단절되기 전까진 먼저 간 자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에 남긴 것들을 끓어 안고 살아간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것만큼 이기적인 행위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죽음에 대해서 이런 저건 생각을 해 보았다. 그 자리를 맴도는 생각들도 있고 어설픈 생각들도 넘쳐나긴 했다. 하지만 결론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죽음에 대해 고민은 산 자의 몫이라는 생각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먼저 간 이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책의 논점에서 벗어나는 소리이겠지만 영혼육의 교감을 할 수 있는 이를 만난다는 것이 생에 얼마나 큰 축복인 것인지….

 

 



당신도 그럴 것이다. 비난하나 이해하며, 조롱하지만 용서하려무나, 이것이 사랑의 기적이니, 사랑이란 매혹되면서도 올바로 꿰뚫어 보는 힘을 주며, 그러면서도 환멸을 느끼지 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