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에 다른 사람 영혼이 들어온다?

다중인격의 정체는 해리성 정체장애

2011년 01월 21일(금)

최근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극중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바뀌어 서로의 몸으로 들어가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며, 이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된 소재로 사용됐다. 또한 지난 주말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본다는 내용을 기획해 흥미를 끌었다.

‘시크릿 가든’ 인기 비결 중 하나인 영혼 교체

사실 몸과 영혼이 바뀌어 다른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은 예전부터 많은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됐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존재만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갈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이나 쉬는 날의 공원 같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있다 보면 각각의 타인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하며 그 존재 자체에 의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은 모든 것의 존재에 의심을 갖게 되더라도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음은 분명하므로 나의 존재는 확실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타인의 생각은 알 수 없기에 타인이 실존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 이런 상상들은 ‘이 세계에 나 혼자만 존재하며 모든 것은 가상이다’ 혹은 ‘그런 자신을 누군가가 지켜보며 실험 중이다’ 와 같은 엉뚱한 상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현실이라고 하기엔 타인들이 너무 복잡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기에 그 타인의 삶에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예로부터 사람들은 ‘타인의 몸에 들어가 보고 싶다’란 욕망을 가지게 됐으며 이는 해당 내용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에선 ‘빙의’현상으로 나타나

드라마에선 이와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나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크고 작은 해프닝과 로맨틱한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러면서 ‘정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다른 사람이 되는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신 안의 또 다른 인격이 나타나 자신을 조종하는 현상이다. 의학적으로는 ‘해리성 정체 장애’라고 하며 흔히 ‘다중인격’, ‘이중자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또한 종교적으로는 ‘빙의’라 불리기도 한다. 즉 인간에게 영혼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며 죽은 인간의 영혼이 산 인간의 몸으로 들어와 마치 산 사람을 조종하듯 죽은 사람의 생전 모습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이러한 빙의 현상을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본다. 자신이 귀신에 씌었다고 생각하거나 그를 연상케 하는 행동과 언사를 보이는 현상이라 하며, ‘빙의 망상 질환’이라 부르는 것.

이와 같은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앞서 언급했던 다중 인격 장애 또는 해리성 정체 장애다. 해리성 정체 장애 환자들의 경우는 평균 5~10가지 정도의 인격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타인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같은 사람

이 정신질환은 자기 방어의 역할을 위해 발생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상황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욕구들이 지나치게 억압되거나 중단 될 때, 그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로인한 정신적 손상이 마치 다른 사람이 행동하는 것처럼 나타나 대신 욕구를 충족시키게 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만큼 욕구의 억제가 심각한 사람들은 보통 평소엔 자신의 욕구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땐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에 따라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갔다고 믿게 된 것. 게다가 이와 같은 해리성 정체장애는 보통 그 당시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일부분의 기억을 잃는 해리성 기억상실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당사자는 그런 자신의 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타인이 된 것 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변화를 명백히 기억하지만 그 존재를 마치 자신 옆에 있는 타인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영화 ‘파이트 클럽’의 남주인공 두 명이 사실은 해리성 정체장애를 겪고 있는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정체 장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의식에서 발생한다. 즉,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이나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격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방출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절대 알 수 없는 정보(예를들어 전혀 알 수 없는 작은 원시 부족의 언어)를 알고 있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 하다. 결국 정체 장애가 일어나도 그는 다른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방송이나 서적에선 귀신에 들려 전혀 다른 세상 얘기를 한다든가 그 귀신의 전생에 대해 줄줄 이야기하는 모습들을 접할 수는 있지만 그것들이 정말 전혀 모르던 정보였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할만한 근거는 없다.

해리성 정체 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욱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통 최면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또한 드라마와 영화 등 많은 이야기의 소재가 될 만큼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질환이기에 실로 많은 피해를 준다. 가장 흔하게는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청이나 정체성 혼란 등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매우 무서운 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1.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