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탑 컴퓨터 근처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전등에 벌레가 꼬여 날갯짓하는 소리와 같은 소음이 선명하게 들린다. 큰 벌레가 들어왔나? 라고 생각했다. 제깐엔 살겠다고 들어왔을테니 동거하자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음날 휴대전화를 충전하려고 휴대전화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콘센트에 꽂으니 카톡이 오지 않는데도 카톡알림음이 요란하다. 휴대전화가 잘못된 것인가 싶어 전원을 켰다 껐다도 해보며 나름 할 수 있는 임시조치를 다 취해봐도 여전히 오지도 않는 카톡을 알리느라 휴대전화는 바쁘기만 하다.

 

통신회사에 전화를 걸어 단말기 이상 문의를 하니 카카오톡의 문제일 수도 있단다. 그래서 카카오톡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만저만하다 하니 이래저래해보란다. 이래저래해 보는 일 중 최후 수단 카카오톡 제거 및 재설치, 정겨웠던 대화들을 소실해가며 카카오톡을 다시 설치했지만, 여전히 전원만 연결하면 카톡 알림이 요란하다.

 

슬슬 짜증이 밀려오려고 하는데 컴퓨터 근처에서 또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가 말썽인데 벌레 너마저 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으나 보이는 것이 없다. 그러다 콘센트가 의심스러워져 콘센트를 들여다 보니 '벌레'소리의 근원은 그 곳인듯하다. 우선 두 개의 멀티탭 중의 하나를 제거해 보니 멀쩡하다. 그래서 나머지 하나를 빼려하는데 꿈쩍도 않는다. 낑낑거리며 1분이상 씨름해서 간신히 콘센트에서 뽑아낸 멀티탭 플러그를 보고 기겁을 했다.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심하게 좀 더 있었다간 집이 날아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플러그가 저 모양이 되니 전류도 이상하게 흘렀을 터이다. 휴대전화에서 미친 듯이 울리며 신경을 거슬리던 카톡음도 그 탓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미친듯한 알림음이 고마웠다. 카카오톡을 제거하고 재설치하는 헛짓을 했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고 감사했다. 다만, 이상 전류를 먹은 스마트폰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멀쩡해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에스미 마키코가 주부로 나왔던 일본 드라마에서 멀티탭의 플러그를 꼽는 자리를 면봉으로 닦는 장면을 보면서 역시 일본스럽다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콘센트의 먼지제거는 단지 미관상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그런 행위는 따라해도 해로울 일 전혀 없는 것 아닌가 싶어졌다. 상황에 따라 보는 것에 대한 판단은 이렇게 판이하게 뒤집힌다.

그래서 흔들림많은 생각과 마음의 소유자는 이 글을 쓰기 전에 멀티탭을 면봉으로 한번씩 훑었다. 전기로 인한 화재 중에서 콘센트에 쌓인 먼지로 스파크가 생겨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소기만 한번씩 대줬는데 이젠 면봉질도 부지런히 해야겠다.

 

하지만 이번 멀티탭 사단은 벽에 붙어 있는 콘센트에 꽂힌 멀티탭의 플러그에 일어난 일이다. 같이 꽂혀있던 절전형 멀티탭은 멀쩡한데 일반형 멀티탭이 말썽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사단이 난 멀티탭은 다이소에서 구입한 것이다. 혹시 저가 제품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가 제품이 다 나쁜 것도 아니건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시 불량품이 걸려 들어와서 사단이 난 것이라면 우리의 생활안전이 복불복이라는 아찔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

이러다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강박증이 생길 것만 같다.

 

그러고 보면 일상이 탈없이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숱한 사건, 사고에 연루되지 않고 오늘도 무탈히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그 끊없는 반복의 지겨움에 치를 떨기 전에 겸허한 마음으로 주변이 늘 그렇게 있을 수 있도록 살펴보며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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