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용 사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지하철내에 있는 즉석사진부스를 반사적으로 떠올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지하철 역에 즉석사진부스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을 더듬다 그냥 사진관에서 찍기로 했다.
사진관에서 찍을 것을 결심하고 근처에 사진관이 어디있었나를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근처를 훑어 보았다. 훑다가 보니 사진관이 있었던 자리에는 대부분 다른 가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지갑 하나 들고 길을 나섰다.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여부가 가물가물한 곳들로 발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사진관의 흔적은 내 머릿속에만 있었을 뿐이었다.
돌고 돌다 간신히 한군데 찾은 사진관은 부재중, 하필 휴대전화를 휴대하지 않고 있었다. 허탈함에 잠시 고민하다 다른 사진관을 찾으러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예전에 걷다 보면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낯선 이들의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사진관들을 종종 만났었던 것 같은데 걸어도 걸어도 없다.
한블럭 두블럭 위아래로 샅샅이 뒤지다 포기하려 할 즈음, 어지러운 간판들 사이에서 '사진'이라는 두 글자를 만났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 바람에 평소와 같으면 필요한 말만 하고 멀뚱히 있다 왔을 터인데 사진관 주인장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다 왔다.
결국 그렇게 헤매서 찍은 사진이 필요없게 되었지만, '사진관'에 생각이 머물게 되었다. 오밀조밀한 동네 풍경들 속에서 사진관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갈 것 같다.
초원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덕분에라도 계속해서 세월을 차곡차곡 오래도록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억으로만 기억으로만 남아지지 말기를....
한석규가 떠나면서 남긴 사진을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 보고 생긋웃던 심은하가 생각난다. 소소하게 예쁜 장면이지만 마음 한켠이 아파왔던 그 장면.
군산에 갔을 때 한번 들러보고 올 걸, 초원사진관...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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