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연녹색 잎이 한껏 싱그러운 봄이다. 찬란한 봄이 어마무시하게 눈부시다. 아침, 저녁 냄새에서도 봄이 감지된다. 눈으로, 코로 봄을 감각할 수 있음이 멋지고 감사하다.
계절 노래라면 반사적으로 Aphrodite's Child의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을 떠올렸었다. 한때 자주 전파를 탔던 노래들은 기억의 바닥에 내려앉아 희미하게 되었다.
두 서너해 정도 한국의 봄을 가르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솔직히 물린다. 봄을 노래하는 새 노랫가락이 필요하다. 봄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가 곁에 오기를 바란다.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노래를 기다리며, 갖고 있는 노래 중에 '봄'자가 들어간 노래를 찾아 봤다.
달어쿠스틱의 봄이 오면, 그녀는
이 길을 걸어가 보면 어딘가 꼭 서있을 것만 같아서
오늘도 그녈 닮은 봄냄새와 걷고 있지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는 말 해봤지만 당신은 나비처럼 떠나버렸네
사랑한다는 말 해봤지만 이 봄이 가기 전에 다시 내게 돌아와 내 사랑아
사랑하기에 좋은 날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겠지만 더 따사로워진 봄볕 속에서 세상이 고와지는 봄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모니카로 추정되는 중간 중간의 금속성 소리가 오히려 따뜻한 이 노래가 좋은 점은 보컬의 음색과 색다를 것 없는데도 귀에 들러붙는 드럼소리이다.
봄 기운에는 역마살이 담겨 있다. 집밖으로 나갈 줄 모르는 사람도 봄기운에 젖으면 어디론가 가고 싶어하며 집밖으로 나선다. 이 노래의 그녀도 봄기운에 흠뻑 홀려 한들한들 그렇게 어디론가 가버렸을 것 같다.
Analog Sunday의 그 봄, 니가 분다
공기의 냄새는 새벽과 밤에 진해진다. 밤 공기에 흐르는 봄냄새를 느끼고 있을 때 버스정류장 광고판 불빛이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가고 막차를 기다리는 시간과 랜덤재생으로 조우한 그 봄, 니가 분다.
무심히 들어왔던 노래가 갑자기 달콤해졌다.
살짝 차갑지만 춥지 않은 봄밤에 노래와 썸 타며, 불어오는 '너'는 없지만 귀에 맴도는 노래와 함께 봄밤을 한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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