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쪽에는 두 강이 있습니다. 두만강과 압록강. 동해쪽이 두만강, 서해쪽이 압록강이지요.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 김정구 할아버지였던가요? 유감스럽지만 두만강물이 얼마나 푸른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압록강만 실컷 보았습니다. 이미륵인가요? 압록강은 흐른다. 네, 맑은 날에는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을 눈부시게 끌어안고, 흐린 날에는 짙은 기운을 담고 압록강은 조용히 흐르고 또 흐르고 있습니다, 그 강을 둘러싼 인생들의 일은 관심없다는 듯이. 

 

압록강은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이라고 합니다. 강폭도 다양합니다. 강폭이 좁은 곳은 북조선과 중국의 경계가 더 삼엄해지고 철조망도 이중입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에서만 아니라 압록강에서도 유람선이 다닙니다. 어느날 북한 유람선을 봤습니다. 사람들을 잔뜩 싣고 가는 그 유람선을 감흥없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는데, 동행인이 이런 드문 광경을 왜 찍지 않느냐며 핀잔을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 북한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북한 사람들을 실을 배가 지나가는 광경은 자주 불 수 없다는 것, 그것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압록강 관광코스는 압록강단교를 올라가 보고, 압록강유람선을 타보고, 강가에서 어설픈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인듯 합니다.

 

그 어설프고 촌스런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꼬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속이 쓰려옴을 느낄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이라면. 

 

한복은 중국쪽에선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 정도임을 각인시키는 듯한 이런 모습은 언짢음 그 자체입니다. 단동의 관광지엔 한복 기념촬영 장사가 많이 있습니다.

 

중국이 그들의 소수민족이라고 하는 조선족, 그 뿌리가 되는 나라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버젓한 한 나라의 전통이 다른 나라의 소수민족의 그것으로 전락해 있다는 사실. 이런 꼴을 당하는 나라는 몽골과 우리 뿐일 것입니다.

 

 

호산장성, 중국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 우기는 그곳, 고구려의 박작성이라고 '추정'된다고 우리나라 웹사이트 곳곳에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쭈욱 살고 계신 어느 조선족 아저씨는 호산장성을 가짜 만리장성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조선족이어서가 아니라 50여년 평생을 그곳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버려진 장성 주위를 가다듬고 호산장성이라 이름붙이고 만리장성의 동쪽 시작이야, 라고 한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이지 않을까 십습니다. 호산장성이라는 그곳이 저는 고구려 천리장성일 것이라 믿습니다.

 

어찌되었든 그 호산장성을 지나면 보트를 탈 수 있습니다. 보트를 타고 다니면서 북한을 좀더 가까이 볼 수 있어요, 상황에 따라선 북한 병사들에게 담배나 술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그 담배나 술은 보트기사가 보트에서 즉석 판매합니다, 시중가의 10배 이상의 값으로. 우리민족의 비극이 그들에겐 철저히 돈벌이인 것이지요. 그리고 중국인들에겐 그저 어느 한 날의 유희인 것이고요. 분노와 함께 치욕이 밀려오는 현장이 아닐까요? 보트에서 파는 담배값이 보통 100위안에서 150위안, 혹은 200위안에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경을 지키는 북한 병사의 일년치 수입이 130위안 정도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들은 2014년 3월에 찍은 압록강 북한만의 모습입니다. 강에 만이 있더군요. 북한만으로 들어가면 북한 영토에 둘러싸입니다.

3월말엔 그쪽 분위기가 살벌해서 감히 대놓고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몰래 찍은 사진들입니다. 아직 봄기운이 겨울을 밀어내지 못한 시기라 해도 착잡함을 마구 투하하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여름에 가니 곡물도 자라고 해서 조금이나마 그 착잡함이 달래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보트를 여러 번 타게 되면서 처음 탔을 때의 낯섬이 사그라지고 그 자리엔 불쾌함과 씁쓸함이 밀려오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압록강변에 평안산장이라는 밥집이 있습니다. 숙박과 식사가 가능한 곳으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식당에 앉아 압록강과 건너편 북한을 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압록강에서 잡은 게튀김과 쏘가리 매운탕이 평안산장의 별미입니다. 아기 손만한 게를 통째로 튀겨 통째로 먹습니다. 입짧은 저한테는 그다지 별미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평안산장에서 찍은 압록강과 북한입니다. 작은 파동도 없이 잔잔한 압록강에 담긴 하늘과 나무가 너무나 평온합니다. 북측 강가에 아주 가끔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녀린 미풍의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조용함, 그리고 잔잔한 평온함이 오히려 낯설게만 눈에 들어오는 저 풍경이 전후세대로서 풍요로운 시절을 살아온 저에게도 날카로운 아픔으로 박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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