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학로의 명물 학림다방에 다녀왔습니다. 드라마 별그대에서 학림다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다고 동행인에게 들었습니다. 학림다방이 유명한 것은 다른 다방들이 자취를 감추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카페일색이 된 세상에서 '다방'인채로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하기 때문이겠지요. 일관성있게 클래식이 흐르는 다방은 유명 클래식계 인사들의 사진이 걸려있고 심지어 메뉴엔 여전히 파르페가 있었습니다. 그 옛날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가 첫만남에서 파르페를 주문하는 여자들이 요즘 말하는 진상이었던 때가 있었다지요.

 

 

학림다방은 비엔나커피를 맛볼 수 있는 손에 꼽히는 곳이지만 비엔나커피 보다는 치즈케익이 입을 감동시켰습니다. 메뉴판에 닥터페퍼가 닥터'페이퍼'라고 게재되어 있었습니다. '닥터페이퍼'가 '다방'이라는 말에서 느끼는 정서에 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겨움?을 느꼈다면 환경에 과다히 지배를 받는 것일까요?

 

아날로그 정서 물씬 풍기는 '다방'이 주는 그 느낌이 학림다방의 유명세의 이유이겠지요. 쌍화차에 날계란 동동 띄워 마시고, 프림이 듬뿍 들어간 커피를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방이 사라지고 카페가 기세등등한 위용을 자랑하는 세태는 일본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일본에 사는 외국인이 10여년 전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울때 교과서엔 키사텐喫茶店, 즉 찻집이라는 단어가 일본어교재에 있었으나, 지금은 그 단어가 카페로 대체되었다며 사라져 가는 일본 문화의 하나 키사텐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아래에 요약해 봅니다.

 

 

 

喫茶店に行こうか 키사텐에 갈까라고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웃을 것이다. カフェ 카페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키사텐은 잊혀진 단어같이 되었다. 20녅전만해도 지금보다 키사텐이 많았다.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키사텐은 대부분 작은 가게로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멀지 않은 과거에 학생, 샐러리맨들이 간단히 아침도 먹고 커피도 한 잔했던 키사텐에 흥미를 잃어 가게 된 이유는 서양식 카페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양식 카페는 스타벅스이다. 키사텐은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스타벅스같은 카페와 경쟁이 어렵다. 일본에서 스타벅스는 おしゃれ한 장소이다. 즉 쿨하고, 유행의 첨단인 장소이다. 가격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키사텐의 종말이 시작된 것일까? 그렇게 말하긴 아직 어렵다. 여전히 키사텐이 존재하고 미야코시야라는 키사텐 체인이 일본 여러 지역에서 아직 기세를 떨치고 있다.

(원문: http://blog.gaijinpot.com/kissaten-slowly-dying-japanese-culture/ )

 

 

일본의 키사텐은 우리네 다방보다는 사정이 좋은 것 같아 보입니다. '국제화'라는 것은 세상을 재미없게 하기도 하고, 서민의 삶의 방편을 앗아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세월과 인간미가 켜켜이 쌓인 아날로그의 무엇들이 자본에 무너지지 않고 우리 곁에 오래 오래 남아 있어주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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