プール Pool (2009)
감독 오오모리 미카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카나, 모타이 마사코
코바야시 사토미와 모타이 마사코는 드라마 수박, 영화 안경, 카모메 식당에 함께 출연했었다. 이 아주머니들이 또 같이 등장하길래 고른 영화가 오오모리 미카 감독의 풀(수영장)이다.
거칠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자기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곳으로 떠난 엄마를 만나러 가는 딸,
엄마가 있는 곳에는 카세 료와 모타이 마사코를 만난다, 그리고 태국 소년 비,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엄마가 비라는 소년을 돌보고 있다, 폭발하는 딸, 폭발한다지만 이 영화에서 뭔가 긴장감이 높아지거나 깊은 갈등이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없다.
솔직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 딸을 맡기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쫓을 수 있는 코바야시 사토미가 연기하는 인물은 부럽긴 하다. 하지만 그 캐릭터의 삶의 방식대로 너도 한 번 살아봐는 절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딸은 엄마와 같이 있고 싶었고 엄마가 자신을 돌봐주기 원했다면서 엄마의 삶의 방식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안경'이 장자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영화도 안경처럼 동양의 철학을 담았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 보기엔 그저 좋아보였던 것들을 모방하려다 실패한 영화처럼 보일 뿐이다.
이 영화는 안경이나 카모메식당처럼 여백이 많다, 하지만 안경이나 카모메식당의 여백이 주는 인상과 이 영화의 여백의 인상은 다르다. 수영장의 여백은 지루함과 모호함으로 다가왔다. 태국에 온 다음날 늦게 일어난 딸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의자에 하릴없이 앉아 있는 장면을 정말 한 각도에서 지루하게 보여 주기도 한다. 그 장면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손님들이 이용하는 부엌의 정돈됨과 깔끔함은 영화에서 보이는 느긋함과 여유로움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비현실적이다. 머무는 공간을 깔끔하고 정돈되게 유지하기 위해 드는 숱한 공력과 분주함이 현실 아닌가? 이것저것 트집잡고 싶은 것은 허다하지만 트집 잡은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화 속 인간관계는 영화처럼 무던하다.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수영장에 담근 발끝에서 사그라드는 더위처럼 식어버리고, 타인과 타인이 서로를 배려하며 돌보고 산다. 하기사 애초에 타인과 타인인 남과 여가 만나 가족을 이루는 것이니 이상할 것도 없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소원을 담은 등을 하늘로 함께 날리는 이 사람들의 사이는 그저 평화롭다.
감독은 버저 비트,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 기분 나쁜 유전자, 너느 펫, 런치의 여왕, 롱 러브레터, 2000년의 사랑 등의 일본 드라마 각본을 쓴 사람이다. 일본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라면 나열된 드라마들이 쟁쟁한 드라마들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감독이 드라마에서 보였던 역량이 영화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이 영화 각본도 감독이 썼다).
참으로 밍밍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