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가 생각나는 날.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든 감독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썸머워즈. 3분의 1정도 보고 나서도 여름의 전쟁은 무엇? 이라는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결국 '썸머워즈'의 실체를 보고 황당함으로 더위가 가시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 

 

OZ라는 가상공간의 문제가 현실세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설정의 실재 가능성과 그리고 나츠키의 대가족이 전해주는 인간적인 느낌들로 인해 엄청난 소동 '썸머워즈'가 황당하게만 보여지지 않았다. 

 

가족이란 때론 그 누구보다도 넌더리가 나는 사람들일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란 울타리가 주는 힘은 얼마나 든든하고 그 온기는 얼마나 따뜻한지. 

 

나츠키의 열혈 할머니는 자손들에게 어렵고 힘들 땐 모두 모여 함께 밥을 먹으라고 한다. 그 말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름날의 왁자지껄하면서 황당한 소동이 뜻밖의 감흥을 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호소다 마모루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인 늑대아이도 꽤나 황당한 소재의 이야기였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오버랩되기도 했고, 황당하였지만 의외의 감성 포인트가 있었던 늑대아이. 호소다 마모루의 다음 애니메이션은 어떤 소재일지 기대가 된다. 

 

썸머워즈와 같은 판타지는 아니나 판타지가 담긴 실사 썸머이야기인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는 당혹스러운 웃음을 전해주는 영화였다. 영특해 보이지 않는, 일반적 기준에 따르면 누가봐도 잉여인간인 청년들, 폭염때문에 마치 잠시 정신이 외출한 듯한 그들의 예기치 않은 발견이 은근히 즐거운 영화였다. 

 

 

썸머워즈와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의 썸머와는 다른 썸머, 500일의 썸머도 참 즐거웠던 영화였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도 그렇고 500일의 썸머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서 자세한 것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느낌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즐거웠다는 점.

 

입춘이 지났다. 곧 3월이 되고 봄이 올 것이며, 그리고 곧 더위가 공기를 채울 것이다. 그런 저런 생각들이 실어온 '썸머'. 올 썸머는 어떤 기억을 남겨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