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살펴보는 꿈의 세계 2011년 02월 18일(금)

같은 주제 다른 그림 잠은 인간의 가장 강한 기본 욕구 중 하나다. 장시간 잠을 자지 않으면 졸려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이며, 잠을 자지 않는다면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해치게 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꿈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수면 시간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자는 동안에는 누구든지 꿈을 꾼다. 꿈에서는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이 나타나기도 하고, 원하던 것을 성취하기도 한다. 꿈은 분명 무의식의 세계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환상을 주기도 혼돈을 주기도 한다.

꿈의 전령사 그린 ‘아이리스와 모로페우스’

꿈의 전령사를 그린 작품이 게랭의 ‘아이리스와 모로페우스’다. 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꿈의 신 모르페우스의 집에는 문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상아로 만들었고, 나머지 하나는 뼈로 만들었다. 모르페우스는 외모나 목소리 그리고 걸음걸이까지 완벽하게 사람을 흉내내 꿈속에 나타나는 일을 하는데, 상아로 만든 문으로 나오면 기억에 남는 꿈을, 뼈로 만든 문을 나오면 기억하지 못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신들은 모르페우스를 깨우고 지상세계가 그의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무지개를 만들어 전령인 아이리스를 보내곤 했다.

작품에서 모르페우스는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무지개의 여신 아이리스는 헤라 여신의 명을 받고 모르페우스를 깨우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그 옆에 있는 어린 천사는 아이리스의 안내역이다.

이 작품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1774~1833)은 신화를 통해 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한 이상의 세계를 표현했다. 게랭은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정치적인 주제의 역사화가 쇠퇴하고 신화와 역사를 탐구하던 시기에 활동했다. 그는 초기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그림을 그렸으나 후기에는 고전 신화를 연구해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무의식 속 욕망 그린 ‘악몽’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은 위장된 소원의 실현이며, 억압된 성적 욕망의 발현”이라고 했다. 무의식 세계에 있던 욕망이 꿈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의식 속 욕망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 존 헨리 푸젤리(1741~1825)의 ‘악몽’이다. 푸젤리는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자 극심한 질투에 시달렸다. 질투심에 괴로워하던 그는 어느 날 꿈속에서 그녀와 성관계를 하는 꿈을 꾸게 됐는데,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한 여인이 침대 위에서 상반신을 거꾸로 하고 누워있다. 여인은 잠을 자면서도 괴로운 듯 목과 두 팔이 뒤로 젖혀져 있다. 그녀의 배 위에는 작은 괴물이 올라탄 채 정면을 노려보고 있고 침대 뒤 커튼 사이로 커다란 말이 얼굴을 내밀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눈동자 없이 흰자위만 보이고 있는 말은 프랑스와 독일의 민간 전설에 등장하는 몽마다.

전설속의 몽마는 땅 속 깊은 곳에 사는 사악한 존재다. 또 말의 눈동자가 없는 것은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사와 죽음과 악마’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악몽’을 암시한다. 반은 원숭이며 반은 악마인 작은 괴물은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악몽의 힘을 상징한다.

푸젤리의 이 작품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 실제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관념을 묘사한 최초의 그림으로 낭만주의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푸젤리는 문학과 연극에 심취해 고대 신화 및 종교를 주제로 한 특이한 분위기의 작품을 남겼으며 ‘악몽’으로 영국 화단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1.02.1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