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상해 외곽의 주자각이란 곳에 다녀왔습니다. 상해를 가기 전에 론리 플래닛 상해편을 뒤적거렸습니다. 상해 시내의 어떤 핫플레이스보다 주자각이 끌렸습니다. 상해 일정 중 하루를 주자각에 배정을 했습니다. 갔다오고 나니 주자각에서 1박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위도 식힐겸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뱃사공들이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선착장?에서 좀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저씨들이 밥먹는 모습을 보고 있기도 뭐해서 주변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선착장 근처에 있는 건물입니다. 상해전화수채예술관 Shanghai Quanhua Art Gallery 앞이었을까요? 익숙한 듯하기도 하지만 이국적인 맛이 있는 창살과 돌사자에 눈길이 가더군요.

 

 

 

좌물쇠가 걸린 쇠줄을 물고 있는 사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우리선조들의 미적 감각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사진의 문을 보면서 중국도 옛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제 난간은 요즘에 만들었겠지요? 이 철제 난간이 더 실용적일 수 있겠지만 건너편 난간 없이 세월이 더께가 앉은 듯한 돌덩이 몇개 있는 모습이 더 맘에 들더군요.

 

 

 

버드나무지요? 물에 닿을 듯 말듯 늘어져 가벼운 미풍에도 낭창낭창 흔들리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배에 올랐습니다. 배에 올라 수로를 가르니 수로변을 걸을 때와는 확실히 맛이 달랐습니다. 또 빨간등이냐 싶기도 했지만 배에 달린 빨간등은 불켜진 모습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배에 앉아 수로변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주자각의 모습은 옛스러운듯하지만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착실하게 현재에 존재함이 느껴졌습니다.

 

 

문득 수로와 마주하고 있는 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돌들은 얼마나 여기서 물과 마주하고 있었을까요? 틈이 벌어지고 돌들이 깨어지기도 하고, 혹은 벌어진 틈에 끼워졌을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무심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수로를 가로지르는 돌다리 밑을 지나고 주자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을 지나니 수로가 넓어집니다.

 

 

 

노란벽에 남무아~~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저 글자들을 모으면 나무아미타불일 것 같습니다. 노란 담장 안이 원율선원 Yuan Jin Buddhist Temple인 것 같습니다. 1341년에 지었다고 하니 600년 정도된 절이군요. 낭낭묘娘娘廟가 애칭이라고 합니다. 낭낭묘는 중국발음으로 냥냥미야오 정도될까요? 귀엽습니다. 낭낭묘.

 

 

볼을 따라 애교머리를 빼듯 지붕끝마다 한껏 삐쳐나온 부분들이 보입니다.

 

 

주자각 수로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방생교放生橋가 보입니다. 저 멀리 건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보입니다. 주자각에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일까요?

 

 

다시 좁은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부지런히 눈을 굴려 곳곳을 훑어봤습니다. 여기 서있는 건물들이 아주 아주 오래된 건물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송, 명, 청을 거쳐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건물이길 너무 간절히 바랬던 것같습니다. 이곳에 있는 어느 가게를 가든 은자가 오가고 깊은 곳에 온몸에 진기를 내뿜는 강호의 숨은 고수가 앉아 있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협지에서 오는 상상을 확실히 깨주려는 듯 일리 커피 로고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인사동에서 스타벅스가 들어섰을 때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낭교廊橋를 지나는 것 같습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썩 괜찮습니다.

 

 

 

재부, 세금을 걷던 곳일까요? 흰벽 가득한 이곳에서 자색, 황토색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뱃놀이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배에서 내려 수로를 다시 돌아봤습니다. 이제 배에 오르는 사람들을 잠시 부러운듯 쳐다보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조랑박, 홍등이 주렁주렁 걸려있습니다.

 

 

창들이 마음에 들어 창을 향해 셔터들을 누르고 또 눌렀습니다.

 

좁은 골목에도 이러저러한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100년 전통의 약방으로 가기 위해 돌다리를 건너 골목을 헤매었습니다.

 

 

드디어 찾은 약방, 외관이 웅장했습니다. 그런데 견학할 수 있는 약방공간은 무척 제한적이었습니다.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동천화약호 Tong Tian He Chinese Pharmacy에 대한 실망은 약방 주변에서 만난 오래된 문과 창장식 등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아주 옛스런 뭔가에 대한 경험을 기대했지만 조금 돌다보니 구석구석 작은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천화약호에서 이어서 30원짜리 입장권으로 방문할 수 있는 주자각 핫플레이스, 대청우국에 도착했습니다. 주자각의 이 우국은1903년 아직 청나라 시절에 지은 우체국으로 상해의 13개 주요 우체국 중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 동쪽에 남은 유일한 옛 우체국이기도 하고요. 안은 마치 작은 박물관 같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음 핫플레이스인 인문예술관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걷다보니 삼청동과 인사동의 골목을 누빌때와 닮은 느낌을 받고 있었습니다. 

 

 

인문예술관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찍으면 안되는 곳이었는데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글리 코리안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인문예술관은 주자각의 오랜 역사와 풍성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곳이라고 합니다. 전시된 그림이나 조각품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건물에서도 단촐한 멋, 심플한 멋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느껴졌습니다.

 

 

인문예술관 주변에서 조금 어슬렁거리다 상해로 돌아왔습니다. 낯선 곳을 즐기는 재미가 여행의 즐거움이겠지요. 주자각에서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그저 눌렀을 뿐인 사진이지만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신 분은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