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주자각, 주자자오라는 고진(古鎭)이 있습니다. 상해에서는 인민광장보안금릉로(人民廣場普安路金陵路), 연안로노성도로(延安路老城都路), 상해남참(上海南站)에서 주자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인민광장보안금릉로에서 갔던 것 같습니다. 버스비는 인민폐 7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자각에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본 풍경들입니다. 주자각 버스터미널 화장실엔 변기가 없더군요, 그냥 긴 또랑이 하나 있고 그 또랑 위에 벽을 세워서 칸을 나우어 두었더군요. 주자각 버스터미널 화장실은 문이 있었는데 중국 학교 중에는 그런 또랑에 벽만 세우고 문이 없는 경우들도 있다고 합니다. 칸마다 물을 내리면 배설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더군요.

 

주자각 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주자각에 가기 위해서는 조금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냥이들을 만날 줄 정말 상상못했습니다. 중국 땅에 서있는 거대한 일본 고냥이들, 한국 가게들에 많이 있는 작은 일본 고냥이들....

 

10분 정도는 걸었던 것 같습니다. 초입은 그냥 시골의 시내 느낌이었습니다. 그곳의 어떤 가게 쇼윈도 마네킹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게 주인이 눈썹과 눈동자가 없는 마네킹이 몹시 신경이 쓰였나봅니다.

 

 

론리 플래닛 상해 편에 상해에서 가봐야 할 곳으로 주자각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인구 6만의 주자각은 상하이 외각의 수향으로 1700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36개의 돌다리와 수많은 수로, 강둑에는 옛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이곳은 예전에 옷감과 쌀교역으로 번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자각에서는 예전의 쌀가게, 향료가게, 은행, 청대의 우체국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주자각에서 유명한 것을 꼽자면 방생교, 과직원課稙園, 원진선원圓津禪院 등이 있습니다. 방문하는 곳 수에 따라서 주자각의 입장료가 다릅니다. 9곳을 방문하면 80원, 8곳을 방문하면 60원, 4곳을 방문하면 30원입니다. 수로에서 뱃놀이를 하려고 가장 싼 30원짜리 표를 샀습니다. 30원짜리 표는 과직원, 대청우국, 동천화약호, 인문예술관 입장이 가능합니다. 아래 사진은 입장권과 주자각의 탐방을 시작한 곳입니다.

 

 

주자각에 간 그날 하늘이 참 좋았습니다. 이국의 옛 건물 틈바구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 즐거웠습니다.

 

 

하얀벽에 자리한 나무창이 참 반듯합니다. 처마끝에 매달린 화분이 옛 도시에 모던함을 덧칠해 주는 것 같습니다.

 

 

 

 

짙은 목조구조와 흰 벽의 조화가 단정합니다. 무수한 이들이 발딛었을 수로에 걸친 돌다리를 건너봅니다. 돌 위에 새겨진 잔무늬가 정겹습니다.

 

 

 

돌다리를 건너 수로를 따라 들어서 있는 가게 구경도 싱겁지 않습니다. 이웃집과 경계가 없어보이는 처마가 평화로워 보입니다.

 

 

수로와 사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시원해 보입니다.

 

 

 

가로등을 보니 이곳의 밤풍경이 궁금해집니다. 운치있을 것 같습니다. 밝은 달이 뜬 밤에 돌다리를 건너보고 싶어집니다.

 

앵무새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선명한 원색의 새 한마리에게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앵무새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새 덕택에 재미있는 한때를 보냈습니다.

 

 

수묵화인 듯이 보이는 아래 왼쪽 사진은 돌이라고 합니다. 자연이 만든 그림도 감탄스럽고 사람의 손으로 다듬어 놓은 나무도 감탄스럽습니다.

 

 

아래사진은 현대 수채화화가 진희단陳希旦의 갤러리 입구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과직원에서 찍은 사진들일 것입니다 (-.-;;;). 사진이 장소별로 명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날의 느낌들은 선명합니다. 감정이란 세포결에 새겨지는 것일까요?

 

 

창 너머를 바라보며 비가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살짝 했었습니다. 낙양의 진부동에서 봤던 등과 비슷한 등이 천장에 달려 있습니다. 저런 등은 어느 시대부터 였을지 궁금해 집니다.

 

 

과직원은 명대, 청대의 건물이 아니라 1912년에 지은 건물로 중국 전통의 건물과 서양식 건물이 함께 하는 곳입니다. 크게 과정원과 직공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과는 공부한다는 의미이고 직은 농사짓다는 의미로 사람은 집을 지키기 위해 공부하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자갈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갈길을 보니 비가 더 그리워졌습니다. 비에 젖은 자갈길이 참 예쁠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은 붉은색과 금색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등도 적색과 금색으로, 그리고 글씨도 붉은 종이 위에 금색으로 적네요. 속옷차림의 아저씨가 당당하게 관광지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당황스럽지만, 글씨는 잘 쓰네요. 과직원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축소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과직원 축소판 위에 있는 중국식 샹들리에, 용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 액자는 강택민이 쓴 '강남고진주자각' 입니다. 왼쪽의 글은 지기담심이라고 읽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지기와 마음을 나누다라는 뜻일까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기는 어떤 인맥보다 귀한 연이라는 생각이 살아가는 세월이 쌓여갈수록 하게됩니다. 진정한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실외로 다시 나갔습니다.

 

 

돌 위에 앉은 이끼가 돌의 감촉도 부드러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오고, 돌길 사이사이 자리잡은 이끼는 돌길의 새로운 색을 덧입혀 줍니다. 정자를 품은 연못가에서 잠시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직정원 부분으로 넘어갑니다. 이끼로 색을 덧입은 돌길보다는 투박해 보이지만 대충 다듬어 놓은 듯 굵질한 돌들이 나란한 길도 녹색빛 진한 녀석들과 함께 더위를 식혀 주었습니다. 햇볕 아래 익어가는 열매 아래 서봤습니다. 제가 수확할 열매가 아니어도 충만한 느낌이 들더군요.

 

 

 

과직원을 만끽하는 틈틈이 눈길 닿는 곳을 찍어봤습니다. 카메라 셔터를 그냥 눌러서 얻은 사진이지만 자세히 보시길 원하신다면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자각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