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을 꽤 자주 이용한다는 생각이 슬쩍 든다. 예전엔 지금 경춘선 부근에 있는 곳들을 가기 위해선 청량리에 가서 열차를 타곤 했었다. 청량리까지 가서 열차타던 시절에 비해 경춘선이 생겨 좋다는 친구의 말에 그런 듯하다고 응수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경춘선을 이용하기 위해 상봉역까지 가는 것이나 청량리까지 가는 것이나 별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itx청춘열차는 좀 편리한 듯 하지만....어쨌든 경춘선을 타고 청평에 가서 청평자연휴양림에 들렸다.
청평자연휴양림엔 청평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 달려 가니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택시비는 휴양림에 들어갈 때 약 팔천원, 휴양림에서 나올때 약 칠천원 가량이 들었다. 같은 거리를 가는데 택시비가 천원차이나는 것도 그렇지만, 10분도 안걸리는 거리를 달리고 택시비를 칠팔천원을 지불한다는 사실이 매우 언짢았다. 지방에 가서 택시를 탈 때마다 지나친 택시비에 느끼는 이 불쾌함. 지방에선 원래 좀 그래라고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 듯 하나 누가 개선해 주리.... 어쨌든 휴양림을 나올 때는 택시를 불러야 하므로 혹여 택시를 타고 청평자연휴양림에 들린다면 타고 들어간 택시의 기사님에게 명함을 받아두면 좋을 것이다.
당일 방문이어서 가벼운 산책을 하고 왔다. 추천산책로인 약수터길을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며 걸었다. 택시비 외에 이래저래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있었지만 콘크리트 덩이들 사이에서 벗어나 한적한 휴양림 속을 거닐다 보니 상쾌했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교감이 필요하다.
약수터길은 카페그레텔에서 출발해서 사자분수, 새오름쉼터, 북한강전망대, 약수터를 찍고 다시 북한강전망대, 다목적광장, 피크닉가든, 원형분수를 지나 카페그레텔로 돌아오는 길이다.
당일 입장객은 오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입장권을 가지고 카페그레텔에 가면 카페에 메뉴에 있는 음료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카페그레텔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한껏 수다를 떨다 돌아가줬을 때 더더욱 그러했다. 스탠다드 재즈가 채우는 이 공간이 저녁 땐 휴양림 방문객들의 노래방 역할을 하는 것도 같았다. 친구는 탁자 마다 얹혀 있는 공책에 자기가 왔다간다는 한 줄을 남겼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알 수 없는 이들의 다양한 사연이 담긴 공책을 후루륵 넘기다 보니 문득 방명록으로 사용하는 공책들이 있었던 예전 카페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 옛날이여... (노래 링크되어 있음) 무료로 제공받은 커피를 몸 안으로 모두 흘려 보내고 카페를 나섰다.
띄엄띄엄 의자와 탁자를 만날 수 있었다. 나무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 속을 걷다 보니 세상의 모든 여유가 내게로 흘러드는 것 같다. 약수터길의 사자분수는 실소가 나오긴 했으나 분수를 보러 온 것이 아니기에....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우리를 황망하게 한 것은 북한강전망대였다. 설마 여기가 안내지에 있는 북한강전망대는 아니겠지 했던 그 곳이 바로 북한강전망대였다. 파라솔을 꽂을 수 있도록 만든 듯한 구멍이 하나 나 있는 나무탁자와 의자 두 세트만이 덩그러니 놓인 그곳.....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북한강전망대', 어찌되었든 저 아래에 웨이크보드를 타는 이들로 잠잠함을 방해받고 있는 북한강이 굽어보인다.
약수터길의 반환점인 약수터,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에 손도 씻고 목도 축여보았다. 피부에 닿을 때 청량함의 감흥은 물을 마셨을 때는 느껴지지 않았다.
낮은 곳에는 양치식물이 풍성하고, 높은 곳에도 초록 지붕이 적절히 그늘을 만들어 주니 한더위도 그다지 싫지 않았다.
여럿이 어울려 와서 한 동씩 차지한 젊은 청춘 무리들의 즐거운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온 몸을 움직이며 더위를 즐기는 청춘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어느새 기성 세대의 그것? 요란하게 놀지만 시끄럽지 않고 활기찬 그들을 뒤로 하고 이곳을 떠날 출구가 되어줄 입구를 향해 걸었다.
종종 이것들은 왜 여기 있어야 하는 것인가 싶은 것들을 만나긴 했지만 수도권 가까운 곳에서 휴양림을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숭실대 앞을 지났다. 예전과 많이 달라 보였다.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 변화가 종종 감회에 젖게 만든다.
'일상잡기 > 일상잡기 -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욕가방 들고 출근하기 (0) | 2014.06.09 |
---|---|
단동으로! (0) | 2014.06.05 |
절두산순교성지 Jeoldusan Martyrs' Shrine (0) | 2013.07.20 |
물향기수목원 (0) | 2013.07.13 |
아차산 (0) | 2013.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