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하하하하하
어린이날이 이리 좋을 줄이야
취직이 전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감사하게도 나이 먹을대로 먹고나서 완벽한 전업을 한지 어언 한달반,
아교처럼 들러붙어 있는 이전의 일하던 습관이 새 일에 적응을 더 어렵게 만들고 다양한 부담감이 차오르고 있는 요즘, 주중의 휴식이 어찌나 달콤한지 하하하하
어제 퇴근할 땐 휴일이라 해서 전적으로 쉴 생각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도 회사에서 나름 짊어지고 오고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밀린 일도 해결할 예정이었지만, 예정은 예정이 되고 생각과 다른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을 보내고야 말았다
밀린 일을 해치우려 했던 수요일 오전은 마르지 않는 샘같은 잠에 삼키우고 오후엔 친구와 관악산을 헤매고 다녔다 으컁컁
13살에 연을 맺은 이 친구와 내가 어린이날 놀아줘야 하는 아이 커녕 길거리에 넘쳐나는 이들이 남자이건만 애인 같은 것이 뭔지도 모르고 이렇게 늙어갈 줄 우린 결코 몰랐었다
어찌되었든 연초록의 고운 옷을 입은 기특한 나무들이 내뿜어주는 좋은 기운 팍팍 들이키며 좋다를 연발해대고 고운 빛을 자랑하는 꽃들이 사랑스럽다며 오두방정을 떨다 산을 내려와 알탕과 모밀국수로 소모된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그리고 따땃한 사케 한잔 크햐햐햐햐햐
주량이 한모금인 내가 한잔을 다 들이켰더니 세상이 마구 요동쳤다, 컥,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속이 울렁인다
나의 주사는 잠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오늘 보니 주체못하는 웃음과 되도 않는 노래 부르기가 주사로 잠재하고 있었던 듯 싶다
알딸딸하고 어지러운 머리를 힘겹게 가누며 플룻을 들었다
기본연습 다 집어치워, 오늘은 무조건 노래연주야
슈베르트의 숭어, 다캥의 론도 뻐꾸기, 그린 슬리브스, 타이스의 명상곡, 비발디 사계의 겨울
새로이 도전하는 곡은 한 곡도 없었지만 오늘따라 플룻이 무겁게 느껴져서 ㅋㅋㅋ
그 동안 아주 조금씩 조금씩 진보가 있었을까, 숭어에서 운지 많이 버벅였었는데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술김에 내가 더 대견하게 느껴진다, 선생도 없이 이 정도면 훌륭해 라는 생각이 넘실거려온다 ㅎㅎㅎ
타이스의 명상곡은 고음 솔에서 중음 솔로 바로 이동할 때 소리가 들쑥날쑥했었는데 그것도 많이 나아졌다, 이것도 술김에 된 걸까? 캬캬캬 아무렴 어떴겠어, 그런데 종종 등장해주시는 셋잇단 음표들은 트리플 텅잉을 해야 하는 것일까나~
사계 중 겨울은 아직 버겁구나, 어질어질~, 오늘은 여기서 악기해체!!!!
어제 5월 4일에도 다음날이 휴일이라며 마음 편하게 플룻연습을 했더랬다
마구 마구 연습에 대한 욕구가 샘솟았으나 밤9시가 되어서 어찌할 수 없이 눈물의 악기 해체의식을 해야 했었다
어제도 기본연습보다 다른 연주곡이 땡겨서리 최광순 플루트 명곡집의 모차르트 소나타와 바흐의 미뉴에토를 열광적으로 연습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샵이 세 개나 붙어있는지라... 나는 솔샵 운지가 힘들다, 솔샵키를 누르는 소리가 요란해져 매우 거슬리는데 이것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 왼손 새끼손가락이 그렇게나 쌘 놈이었는지....
바흐의 미뉴에토, 끊임없이 이어지는 8분음표 속에 가끔씩 등장하시는 4분음표, 슬러 사이 사이의 스타카토, 아~, 힘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가보니 바로크 음악 바로 그것이였다(당연하지만 ㅋㅋ), 어떤 느낌일지 알겠는데 실력이 바쳐주질 않는다, 췟, 나의 특기인 빈정 상하면 악보 바로 덮어버리기를 하고 저 유명한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에 다시 도전!! 사랑의 우울함으로 되는구나, 다시 한 번 연주 시이작, 여전히 사랑의 우울함이다, 아~바이브레이션 하고 자포, 우울함을 못 견디고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로 넘어갔다, 아놔~노래의 날개 위에? 노래의 날개가 펴지질 않는데 날개 위를 어찌 논하랴, 이곡 내게는 은근 어렵군, 거기다 나의 최대 쥐약인 고음 미, 거기다 고음에서 꾸밈음, 이건 연주를 하라는 건지 말란 것인지, 이럴 땐 바로바로 집어치워 주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하지만 연습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폈다, 내 연습 레퍼토리를 보면 참 건방지다, 어찌하였든 세레나데, 불다 멈추다를 반복하던 때가 엊그제였건만 끝까지 나간다, 물론 내 연주와 같은 세레나데를 여인에게 받쳤다가는 사랑을 얻기는 커녕 몰매맞기에 합당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나는 끝까지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맛에 연습을 하는 것일게다, 못하던 것이 어느 날 되어지는 기쁨의 맛, 흡족한 마음으로 스즈키 3권을 펴서 유모레스크에 도전....음~ 스즈키 3편은 내겐 너무 어려운 교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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