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왜 그렇게 분주한지
그리고 잠은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또 볼 것, 즐길 것은 얼마나 많은지
거기다 소셜 네트워크
이 모든 것들은 활자를 사랑할 시간들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두툼한 책한권을 끝냈다.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 두툼한 책을 읽었다는 충족감 누려봤다.
새삼스럽지만 책이 제공하는 상상의 공간만큼 무한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영상이 제공되는 것들은 그 자체가 상상공간의 제한이 이미 가해진 것 아니겠는가
벌써 세번째 입력하고 있는 '상상'
이 상상에 감탄에 마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 바로 오딘의 후예 바이킹 이었다.
아득한 그 옛날의 북구 이야기를 이렇게나 세밀하고 생생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상상력이 어찌나 탄복스러운지 부러움마저 밀려들 지경이었다.
물론 이 소설이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가공한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 토르길스 레이프손은 북구의 옛 문헌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 속의 많은 부분들이 북구의 신화와 문헌들을 재료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 토르길스가 겪는 사건과 만나는 인물들은 대개 실존했다. 책 말미에서 밝히고 있듯, 저자는 북구인의 북아메리카 탐험 역사를 담은 설화인 『붉은머리 에이리크의 사가』와 『그린란드 정착민 설화』,『냘의 사가』등 기타 아이슬란드 사가를 토대로 하여 ‘팩션’인 이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묘사인 '다빈치 코드 보다 정밀하고 반지의 제왕보다 생생하다' 는 말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작가의 면면을 보면 이 정도의 글을 뽑아낼 만한 내공이 부족함이 없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의 작가는 팀 세버린이다.
그는 탐험가로 유명하다. 지리학과 역사학을 전공하던 옥스퍼드 대학생 시절에 이미 모터사이클을 타고 마르코 폴로의 발자취를 따라갔으며, 켈트 족의 전설적인 여행가 브렌던의 항적을 좇아 가죽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기도 했다.
또한 청동기 시대의 갤리선을 복원하여 그리스 신화의 이아손처럼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섰고, 오디세우스의 모험이 펼쳐진 지역을 돌아다녔으며, 신밧드의 전설을 확인하고자 아라비아 배를 타고 오만 왕국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밖에도 십자군과 칭기즈 칸이 다녀간 길을 몸소 체험하는 등 수많은 탐험 길에 올랐다.
당시에 그가 찍은 기록영화는 모험과 탐험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고전이 되어 <디스커버리 채널>, <스카이 텔레비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TV>에 방송되었고, 풍부한 여행 경험을 토대로 쓴 많은 저서로 Thomas Cook Travel Book Award, The Book of the Sea Award, Christopher Prize, The Literary Medal of the Academie de la Marine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여러 아이슬란드 사가를 바탕으로 바이킹 시대의 종말을 섬세하게 그린 첫 소설 『바이킹』을 출간하여 큰 호평을 받았으며, 2007년부터는 17세기를 무대로 열일곱 살 소년 헥터 린치의 모험을 그린 소설 『해적(Corsair)』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고정 필자이기도 한 세버린은 현재 아일랜드에 거주하며 그의 다양한 항해와 탐험을 소재로 한 강의, 다큐멘터리와 사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주인공 토르길스는 방랑을 거듭하면서 운명처럼 좋은 스승들을 만나고 훗날 그의 삶의 근간으로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들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그의 방랑은 고되지만 그 열매들은 참 실하다.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지혜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른단다. 오딘은 미미르의 샘물을 마셔 신들이 살아남을 은밀한 지혜를 얻고자 눈 하나를 내주었지. 또한 룬의 비밀을 터득하려고 스스로 창에 찔린 채 세계수(世界樹)인 위그드라실에 아흐레나 매달려 있었어. 희생과 고통을 겪어야만 정신과 영혼의 문이 열려 지혜를 받아들일 수 있었거든. 그게 바로 우리가 기독교도와 구별되는 점이야. 그들은 영혼이 가슴속에 산다고 믿지만, 우리는 영혼이 정신 속에 존재하므로 정신이 자유로워져야 영혼도 해방된다고 믿는단다.”
호되게 힘든 일을 겪고 날 때마다 모든 면에서 견고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바다에 평온히 떠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소설은 소설일뿐?
사실 인생에서 공짜란 없는 법이긴 하다.
No pain No gain
생의 바다를 건너라. 운명을 맞이하라. 끝이 보인다면 더 힘차게 진격하라!
오래전 읽었던 북유럽의 신화에 책에서 봤던 이야기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고,
이름만 익숙한 바이킹들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권에서 태어나서 청년이 되기까지 토르길스를 만났다.
이제 2권에서 청년에서 장년 그리고 노년에 이르는 토르길스를 만나려 한다.
가끔은 몹시 권태롭고, 가끔은 무덤덤한 삶에 대한 새로운 기운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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