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람들은 삶이라는 것이 험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을 지탱해준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경험해야 하는 쓰라림이나 환멸에 대한 가장 큰 약이 바로 삶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장밋빛 기대란 대부분 가당치 않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한다는 기대가 생긴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입니다. 행복이란 이제, 적어도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권리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관한 사실들치고 잔혹하거나 추하거나 지저분하지 않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세상을 사는 것은 이렇게 잔혹하고 누추한 현실에서 올바른 추론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믿기 어려운 것을 믿어야 하는' '참기 힘든 일을 참아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에 버금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추상적인 사고 능력, 언어 능력........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적어도 제도적인 틀에서 인정하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실은 제도권에서 인정 받은 능력이 현실에서는 그 사람의 값어치가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사람의 일생이란 결국 자기가 자신에 관해 만든 이야기입니다. ........ 모든 삶은 설화적이고 우리의 사명은 다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어른이란 결국 더이상 이런 이야기를 만들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아닌지요? 그러면 후회로 잠을 이루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습니까?

가장 사소한 구원
김현진 저/라종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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