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해변은 경포대만 있는 줄 알았다. 동해가 우리나라 동쪽 전부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디로 증발된 것인지.

 

경포대에서 조금 내려가면 안목해변이 있다. 소나무 사이 사이를 걸어볼 수도 있는 안목 해변은 충분한 아름다움으로 눈과 마음을 채워 주었다. 방파제를 걷는 동안은 꽤나 센 바람에 시달렸지만 구름과 빛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화는 그야말로 지상최대의 조용한 쇼였다.

 

 

안목카페거리, 인터넷에 안목을 입력하면 자동완성으로 뜨는 검색어 중 하나이다. 동행인이 안목카페거리를 가자고 했을 때는 강릉까지 가서 카페를 찾아 가야 하나 싶어 내키지 않았다. 탐탁치 않은 발걸음을 옮긴 것이었지만 가길 잘했다. 가자고 권한 동행인에게 고마울 정도로. 안목해변에서 하늘, 구름, 바다, 이것들이 우릴 왜 설레게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거리에 왔으니 카페 한 군데는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 들른 카페 산토리니. 그리스도 아니고 산토리니는 무슨 산토리니 하면서 들어섰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같은 커피 체인을 피하기 위해 찾아간 카페이나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착하고 직원들도 나쁘지 않고 분위기도 너저분하지 않다. 그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예상치 못한 비를 그었다. 그리고 짧게 비가 지나간 바다와 하늘은 더 매혹적이었다.

 

 

반복을 징그러워함에도 동행인을 위해 선교장에 갔다. 초가을 햇살이 선명하게 부서지는 그곳은 반복이 있었으나 좋았다. 햇살을 즐기는 아직 덜 익은 감,  산책의 기쁨이 있는 선교장 뒷동산, 그야말로 햇살 머금은 활래정.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을 견디고 난 후 봄이 오면 다시 강릉을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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