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어느날, 늦은 시간에 버스를 타니 사람이 없다. 보통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엠피쓰리를 벗삼아 창밖을 물끄러미 보는 것이 전부이지만, 타보지 않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낯선 노선을 지나다 보니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아쉬워진다, 마치 서울 구경이라도 온양.

 

 

이렇게 한가로운 버스를 타본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문득 어렸을 적 처음 탔던 버스 이후 지금까지 버스가 많이 변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013년의 이 버스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 모습 중 하나가 될터이고.

 

 

광화문이 보인다. 광화문 전체에 빛쇼를 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주말에만 하는 건지 아니면 시간이 너무 늦어서인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는 풍경이다. 그래도 간만에 보니 좋다.

 

서울은 육백년 도읍지치고 그닥 고풍스럽거나 역사를 느낄만한 것들은 많지 않다. 종로 근처에 가봤자 무슨무슨 터였다는 표지석들만 가끔 박혀있을 뿐이고 말이다.

운하니 사대강이니 삽질할 공력으로 도읍지 역사 육백년을 느낄만한 것 좀 복원하거나 없어지는 것들을 지키거나 하여 육백년 도읍지의 내공을 느낄만한 곳이 서울이라면 오지 말라 해도 놀러 올 사람을 것이라 사료되는 바 아쉬움만 가득할 뿐.

 

 

경복궁을 지나면서 버스에 사람들이 늘었다. 남대문이 보인다. 남대문에 불타던 그 밤이 떠오른다.

 

 

서울역, 택시를 기다리는 줄을 뒤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뒤돌아 본 새로운 역사는 여전히 낯설다. 용산역을 더 많이 가서 그런가?!

 

버스를 기다리고 앉았노라니 맞은편 하늘에 달이 보인다. 구름이 달을 가리자 달은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음이 보인다. 구름이 지나가고 다시 드러난 밝은 달은 만월에 가까웠다. 달을 올려다 본 때가 언제였던고.

그러고 보니 달님이 찰싹 붙어 있는 저 붉은색 건물, 예전엔 대우건물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김우중씨는 이미 존재감을 잃었고, 세월은 무상하게 흘러만 가고, 달의 몰락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옛 서울역 역사를 배경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버스가 온다. 모든 상념들을 훌훌 털고 버스에 훌쩍 오른다.

 

휴대전화에 기본으로 설치된 카메라보다 푸딩카메라가 좋다. 푸딩카메라는 다양한 효과를 제공하고 있지만 주로 기본카메라를 이용한다. 그럼에도 휴대전화의 카메라보다 푸딩카메라의 느낌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