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 벽초지 수목원을 다녀왔다.

대중교통으로 오가기엔 성격버리기 딱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거기다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나라에서 매스컴에서 에너지 절약을 주구장창 외치며 국민개화에 여념이 없는 나라에서 승용차없이 불편한 곳이 허다하다는 점!!!

 

벽초지문화수목원 BCJ Garden, 입장료가 칠천원이다. 적잖은 입장료이므로 한번 들어가면 속된 말로 뽕을 뽑아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의 일정과 날씨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아쉽게도.

 

잿빛 담장의 출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벽초지문화수목원의 조감도와 마주한다. 대략 조감도를 일별하여 동선을 정해야 겠으나 귀찮아 그저 발길닿는대로 옮기기로 결정!!

 

 

정문에서 가까운 Queen's garden에서 얼쩡거리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받쳐들고 벤치에 앉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걷다보니 BCJ Castle gate 앞에 이르렀다. 어인 롯데캐슬하며 문을 통과하니 눈 앞에 분수대가 보이고 동상들이 열지어 있다. 미안하지만 인상적이지도 않고 흥미도 바닥을 친다. 다만 그린하우스의 지붕에 붙어 있는 별과 달들을 보니 야간에 괜찮은 이벤트가 있을 것 같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나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되었으나 홈페이지에 실린 그린하우스의 야간 모습을 보니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점점 거세지는 비를 맞으며 유럽식 정원을 나와 BCJ Place 뒷편으로 가다보니 낯익은 다리가 보인다. 어디서 보았을까? 아! 아랑사또전. 귀여운 신민아가 전생에 주왈도령과 조우한 그 다리!! 무심교! 무심이 그 무심일까? 그렇다면 아랑은 무심교 위에서 무심하지 못하였기에 잔혹한 죽음을 맞고 원귀로 그 고생을 한 것이다. 추억의 TV 드라마가 무심교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의 힘인가 이것이?

 

 

무심교에 서서 바라본 벽초지, 벽초지문화수목원의 이름으로 대표되듯 이 연못이 이 수목원의 소위 '핫스팟'이라 생각된다.  아래 사진으론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으나...

 

 

무심교를 건너 몇 걸음 떼니 파련정이다. 역시 우리에겐 정자가 최고로 운치있는 장소지 싶다. 풍광 좋은 곳에 정자하나 짓고 사방을 둘러보며 이 곳이 다 나의 정원이니 어찌 아니 좋은가, 얼쑤, 시 한수 읊고 술한잔 기울여 보세!!

 

 

정자에 서서 사위에 시선을 던지고 나자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져 정자 한가운데 서도 비에 젖은 새앙쥐 꼬라지가 되어 버렸으나 오히려 산뜻하다. 거센 빗줄기에 흔들리는 버들이 위안을 주는 정서의 배경은 뭘까? 내 속에 내가 정말 많다. 죽는 날까지 나를 속속들이 잘 알 수 있을까?

 

 

조금은 잠잠하나 여전히 위세를 자랑하는 비를 맞으며 수련길을 걸어 본다. 수련길에서 마주하는 무심교와 파란정이 운치있다. 비오는 날 인적없는 벽초지가 주는 맛이 썩 마음에 든다.

 

 

예쁜 그림에 비오는 날, 아이들이 우산 대신 쓰고 다니는 그 큰 잎사귀들을 배경으로 삐죽이 올라온 부들같이 생긴 녀석은 조명기구?

 

 

저끝에서 왕눈이가 피리불고 앞서 뛰어나오고 아로미가 뒤좇아 올 것 같다. 중간쯤 달려오면 잔잔하던 호수가 출렁이며 투투가 출몰할지도 모르겠고.

 

 

비오는 날, 그것도 거센 비를 맞으며 느끼는 벽초지 좋았다. 그리고 쫄딱 젖었다. 헤이리에 가서 온화한 더치커피를 마시니...이것이 화룡점정?! 커피를 홀짝이다 초콜렛을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기운이 배가 된다.

 


큰지도보기

벽초지문화수목원 / 수목원,식물원

주소
경기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166-1번지
전화
031-957-2004
설명
자연의 감수성과 예술문화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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