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엔 여름과 겨울에 남산을 찾았다.
찬 기운을 가득 담은 밤공기 속에서 만난 남산은 지난 여름의 뜨겁고 습한 기운 속의 남산을 마치 신기루처럼 만들었다.

오랫만에 케이블카를 탔다.
어린 연인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들에게 눈앞에 펼쳐지는 야경이 제대로 들어오겠는가, 눈 덮혀 신비하게 보이는 남산의 풍경이 보이겠는가, 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어, 그래 맘껏 연애의 달콤함을 누려라, 다 한때다.

나도 나름의 '한때'를 즐기고 있을 때 케이블카 안에 겨울에, 특히 크리스마스 부근에 한때는 여기저기에서 질리도록 들을 수 있었던 왬의 last christmas가 울린다. 오~야경과 추억을 일시에!!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하얀 빛을 발하는 눈을 보며 노래를 듣고 있자니 설경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나오는 뮤직비디오가 생각났다. 



죠지 오빠와 앤드류 오빤 요샌 모하시나?!
어쨌든 남산에 오른 그 날, 그곳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었다.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트리와 추위 속에서도 북적거리는 인파 가까이에서 팔각정은 조용하고 고고했다. 팔각정의 차가운 침묵은 마이페이스는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밤공기를 가르며 확성기에서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요란한 음악과 함께 남산타워에 일련의 영상이 비춰진다. 음...대략 역동적인 한국 알리기 인 듯 한데 대체로 영상의 의미를 모르겠다. 그저 시각과 청각에 민폐를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 소견으론 차라리 하지 아니함 못한 이벤트처럼 보일 뿐이다.



밤은 빛을 더 돋보이게 한다. 남산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분수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녀석이 순간 순간 다른 빛을 내고 있었다. 남산 타워도 빛과 어둠을 힘입어 한껏 자기를 드러냈다.


사람과 사물이 만들어 내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그 모든 소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리는 눈
냉기와 소음이 차고 넘치는 겨울밤이었지만 미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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