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늦여름의 더위가 심어놓은 열기가 온 몸을 타고 돌고 있는 것만 같다
고속 버스 터미널에 내릴 때부터 도시의 입출구와 마찬가지인 터미널의 수수함에 난감했다
마치 80년대 말 90년대 초 모습으로 정지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더위에 지쳐 도시에 대한 실망감과 끈적한 미련을 안고 떠나야 했던 군산, 그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감당하기에 너무 뜨거웠던 더위에 도시를 제대로 들여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아쉬움마저 뜨겁게 남은 군산
1380년 진포대첩 현장, 세계 해전사에 처음으로 화포를 사용했다는 전투로 화력 기동 전술과 해상 포격전의 시초를 열어놓은 역사적 해전이었다는 진포대첩
700여년 전 이곳은 매캐한 화포냄새와 피비린내 나는 삶과 죽음의 현장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파란 하늘 아래 작은 움직임조차 없이 죽은 듯 잔잔한 풍경만 남아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 생각하고 있던 '테마공원'과 격차가 너무 큰 모습에 너털웃음을 뱉어냈던 곳
최무선의 진포대첩을 기념하여 마련한 어린이 체험학습장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체험장으로 사용되는 4200톤급 위봉함 안에는 여러가지 체험관이 준비되어 있으나 최무선과 함께하는 군산역사여행만 대강 훑어보고 나와버렸다
갑판에 오르니 장보고, 최무선, 이순신께서 머리에 삼지창들 꼽고 사진찍자며 버티고 계신다, 갑판에서 한 층 더 올라가니 조타실이 있다, 조타실에 들어가니 들큰한 냄새가 난다, 휘리릭 나와버렸다, 조타실 앞에 서니 그늘도 있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플라스틱 의자도 있다,
뙤약볕을 피해 미풍을 맞으며 주변을 돌아다 본다, 테마공원으로 들어오는 부근에 코스모스가 한 가득 피어있다, 그 코스모스 사이에 철도가 숨어 있었다, 바다 쪽은 그저 황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무엇인가 마음을 들뜨게 해 줄만한 것은 없을까? 무엇을 하든 밥부터 먹자는 마음으로 식당찾아 테마공원을 뒤로 하고 무작정 걷는다,
오랜 기억 속을 헤집으면 나올 건물이 보인다, 색바랜 차양, 사라진 글자 획들,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빨래....
월명공원에 오르는 길에 만난 어린이집, 외벽이 귀엽다, 이곳에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저곳에서 밝고 명랑한 웃음이 언제나 넘치길 바랄뿐이다
월명공원의 녹음도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를 식혀주기엔 역부족이다, 애국지사 이인직의 동상이라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혈의 누의 그 이인직이 아님은 분명한데...
이 땅의 독립과 번영을 위해 인생을 바친 이들 중 기억되는 분이 몇이나 될까, 송구할 뿐이다
뙤약볕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군산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린다, 정차해 있는 버스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선명하다
휴대전화로 찍었던 사진이 생각나 추가샷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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