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 판형의 두 권의 요리책에 대해 주절거려 보고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보통날의 파스타와 요리를 만나다.

판형으로 주절거림을 시작한 이유는 갖고 다니기에 부담없는 크기임을 말하고 싶어서다. 보통날의 파스타가 살짝 더 두껍긴 하지만, 엇비슷한 종류(잘 모르겠지만)의 속지를 쓰고 있는 듯한데 요리를 만나다가 더 가볍다. 그래서였을까 요리를 만나다는 지하철에서 다 읽었고 보통날의 파스타는 지하철에서 반, 집에서 반 읽었다. 무게가 얼마가 되고 어디서 읽었는가와 상관없이 이 두 권의 책을 좋아한다.

 

_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체험한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나무수 펴냄

 

_요리를 만나다 : 뉴욕에서 홍콩까지, 코스모폴리탄의 쿠킹 스토리

홍지윤 지음, 열음사 펴냄

 

두 권 모두 술술 잘 읽히는 감칠맛나는 책이다. 요리 잘하는 사람들은 글도 잘쓰나 싶어 지은이들의 이력을 보니 박찬일 저자는 문예창작학과 출신이고 홍지윤 저자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다. 과거 신방과로 불리었던 신문방송학과가 최근에는 홍보, 커뮤니케이션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홍지윤 저자는 홍보하고 소통하는 공부를 하여 전달력이 괜찮은 글을 써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요리법을 익히기 위한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먹는 법을 아는 것이다. 훌륭한 요리의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줄리아 차일드가 한 말이란다. 우리는 매운맛으로 일관하지 않을 때 맛에 더 민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TV에서 냉면육수에 대한 방송을 봤는데 화학조미료의 감칠맛에 길들여져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맛이 없다는 우리 대한민국의 입맛이야기였다. 매운맛과 화학조미료의 감칠맛 포기가 우리의 입맛을 향상시켜줄 듯.

 

읽은지 조금 되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요리를 만나다에 아마도 줄리앤줄리아 라는 영화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 줄리앤줄리아란 영화는 볼만하다. 특히나 실제 줄리아를 보고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줄리아의 사실성에 감탄하였던 영화이다. 그리고 줄리의 부지런한 블로그질이 인상적이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줄리의 요리를 향한 성실한 열정.

 

이 주절거림의 대상인 책들의 저자들 역시 열정적이라 본다. 절정에 이르러 확 사그러드는 열정이 아니라 꾸준하게 타오르는 열정. 무엇인가에 꽂힐 수 있다는 것은 멋지다. 박지성과 김연아가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일찌감치 그들의 열정을 쏟아부을 것을 찾았고 성과를 냈다는 점일터.

 

두 권 모두 중간 중간에 몇 개의 요리법을 소개해 주고 있다. 재료들이 과하지 않은 요리법들이라 한번쯤은 도전해 볼만들 하다.

 

홍지윤 저자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극히 일상적이고 생활밀착형이었으나, 요리가 결국에 그녀에게 즐거운 일이 되어 준다. 그녀의 즐거움인 요리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독자의 넉넉한 즐거움이 되어 준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리 이야기가 이 책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보통날의 파스타는 트위터에 파스타 실패담을 재잘거렸더니 어떤 팔로워 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만나게 된 책이다. 스파게티 면 삶을 때 상식이라며 올리브유 들이부음에 반전이 있다. 보통날의 파스타를 읽으면 파스타 실패의 이유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날의 파스타를 읽다보니 누들로드가 살짝 생각났다. 곁가지이지만 누들로드는 그 명성에 비해서 실망스런 다큐이다, 공들여 만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보통날의 파스타를 되새김질하다보니 맛있는 파스타 한 접시가 먹고 싶어진다. 얼마전에 본 지중해 미각탐험에서 등장했던 이탈리아 파스타, 보통날의 파스타 속의 파스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찬양해 마지 않았던 나폴리 음식이야기들이 기억 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진짜 이탈리아 파스타를 맛보면 피자헛과 도미노 피자만 먹다 고르곤졸라를 만났을 때의 담백한 감격을 만나는 것일까?

 

먹는다는 자체가 인간에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이고 광범위한 기쁨일 터이다. 그런데 먹는 것을 남들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다 사람사는 데 다 똑같다며 해외여행에 큰 감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고 이탈리아에 가서 죽자고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통날의 파스타와 지중해 미각탐험이 그런 마음의 불씨를 살짝 살짝 부채질하고 있다. 캡사이신 자극없는 먹을거리들을 방사능 걱정없는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흡입하는 즐거움, 크고 크겠지.

 

또 하나의 곁가지이지만 안토니오 심과 크리스티나가 출연하는 올댓파스타, 이 방송 즐겁다.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저
요리를 만나다
홍지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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