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글과 사진

시공사 펴냄

 

                       
윈터홀릭
윤창호 저
예스24 | 애드온2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이 사장이라는 이유로 시공사 책은 사지 않았지만 겨울 여행기가 많지 않은 탓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산 책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떠들석한 요즈음 더 떨떠름한 기분을 던져주는 '시공사'. 흠~

 

시공사를 떨쳐버리고 윈터홀릭에 홀릭! 가을 쯤에 사서 여름을 위해 아껴둔 이 책을 의도대로 폭염이 위용을 자랑하는 요새 읽었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저 위쪽 지방 어느 곳의 겨울 풍경들이 어찌나 시원한지.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이라는 부제와 눈밭의 겨울나무 표지만 보고 구입한 이 책은 아이슬란드부터 시작한다. 러시아도 끼여있다.

스칸디나비아 여행기만 엮어 놓으면 저자의 아이슬란드와 러시아 기행기가 세상빛을 보기 애매한가 보다 라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덴마크는 겨울 풍경이 아니다. 여름 여행기이다. 윈터홀릭이라며~~를 외치며 잠시 열을 내고서 사진을 열심히 훑으며 책을 읽어 나갔다.

 

아이슬란드의 그 유명한 블랙라군이 인공온천인 줄이야. 어찌되었든 그 블랙라군에 한 겨울 바람을 맞으며 몸을 담가보는 건 감각이 출렁이는 경험일 듯.

아이슬란드 여행기의 비요크, 그녀의 Wanderlust, 우리나라 감성에선 나오기 힘든 뮤직비디오인듯. Wunderbar!

 

 

 

아이슬란드에 이어지는 핀란드. 개인적으로 핀란드하면 Nightwish가 떠올랐으나 카모메 식당도 어느 사이에 끼여들었다. 핀란드 여행기를 읽는 내내 카모메 식당 장면들이 떠올랐다. 어찌보면 뜬금없는 그 영화, 꽤나 깊이 기억에 박혔던 것이다, 부지불식간. 핀란드 여행기를 읽으며 일본영화를 떠올리다니. 영화보다 더 뜬금없는 상황에서 핀란드에 가면 헬싱키만 부지런히 돌고 또 돌아보고 싶어진다. 그곳의 계절과 상관없이.

 

Nightwish, swanheart

 

그러고 보니 핀란드에서도 겨울 이외의 계절 이야기를 품고 있다. 윈터홀릭, 제목에 연거푸 밀려오는 배신감. 배신의 핀란드 여행기 마무리 글은 메이드 인 핀란드. 역시나 노키아가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마리메코marimekko, 마리메코는 구경하는 재미때문에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격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다.

 

Jean Sibelius - Finlandia

 

잠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벗어나 러시아 여행기가 이어진다. 우린 러시아 어드메인 '시베리아'란 지명을 추위와 썰렁함의 대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거기에 라라의 테마가 흐르며 펼쳐지는 닥터지바고의 설원을 달리는 장면. 우리에게 러시아와 겨울의 연관이란 꽤나 익숙하다.

러시아 여행기는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마무리 글을 읽다 기억이 술렁였다. 보았지만 까맣게 잊혀진 그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뭐 보고도 잊은 영화가 러브 오브 시베리아 뿐일까.

 

 

다시 스칸디나비아로, 그러나 여름 덴마크이다. 비록 여름이지만 알록달록한 사진이 주는 의외의 청량감이 겨울 덴마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덴마크하면 덴마크 요구르트와 함께 종종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이 있다. 셀레브레이션.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하는 엿같은 경우가 등장하는 영화가 그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셀레브레이션의 인상은 강렬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 동안은 축구선수 욘 달 토마손의 나라로 인식되던 덴마크. 덴마크 여행기의 마무리 이야긴 영화나 축구 이야기가 아닌 덴마크 디자인. 

북유럽 양식이 은근한 열풍을 이어가면서 덴마크 디자인 역시 세간의 관심사가 되었다. 덴마크 도자기를 여유있는 주부들이 많이 사랑한다는 풍문도 들려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덴마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덴마크 수사들로 구성된 Auscultate. 그들의 비틀즈는 고색찬란한 듯 담백하다. 그리고 한 시대를 즐겁게 풍미했던 댄스 팝 그룹 아쿠아. 

 

Auscultate, In my life

 

 

Aqua, aquarius

 

 

트롬쇠, 낯설기 그지없는 지명에서 시작되는 노르웨이 여행, 기대했던 오로라를 만날 수 없었던 아쉬움을 핀란드에서 본 오로라로 달래본다는 여행자.

오로라는 영하 4도 이하의 추운 날씨, 습기 하나 없이 건조한 맑은 날에만 모습을 드러낸단다. 까다롭다. 그래서 모두가 한번쯤 동경하는 비경이 되었나?

일본 방사능 사고 이후로 고등어 때문에 일상이 된 먼 나라 노르웨이, 그 곳 겨울 여행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니 오슬로의 이상한 밤이라는 영화 시작 부분이 떠오른다. 길게 펼쳐진 설원과 그 설원을 달리는 열차. 문득 설국열차에서 설원을 달리는 열차 원경은 어디서 촬영했는지 궁금해진다. 그냥 CG일까?

노르웨이 여행기 마무리글 주제는 에드바르트 뭉크. 개인적으로는 뭉크보다 여행자가 조금은 낯설다 했던 그리그가 좋다. 뭉크하면 떠오르는 절규. 그 어둡고 음습한 그림보다는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이 우리의 영혼에 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아하와 시셀, 수산나 룬뎅.  

 

Edvard Grieg - Peer Gynt - Suite No. 1, Op. 46 - I. Morning Mood

 

 

수산네 룬뎅, 당신의 소중한 사람 jeg ser deg sotel lam

 

 

시셀, fire in your heart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공식 노래

 

 

A-ha - Manhattan Skyline

 

 

디자인 이야기로 마무리된 이 책의 마지막 여행지는 스웨덴. 그 동안 스웨덴에 대해 보아 왔던 것들로는 스웨덴의 겨울은 특별나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여행자의 스웨덴 사진 속에서도 핀란드나 노르웨이에서 본 겨울이 없다. 이 책에서 스웨덴은 덴마크와 함께 감흥이 가장 낮은 겨울 여행지였다. 스웨덴은 역시 말괄량이 삐삐와 닐스의 이상한 모험의 닐스의 나라이다. 그리고 아바, 옌스 레크만 Jens Lekman, 락셋을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나라이다.

스웨덴 이야기는 박수영의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에서 찰진 인상을 얻었었다. 이 책의 스웨덴 여행기에서 남는 아쉬움은 박수영의 스웨덴 이야기를 되새김질로 보충해 본다.

 

Jens Lekman, tram #7 to heaven

 

백 퍼센트 윈터홀릭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만나는 저기 먼 나라들의 겨울 여행 정취가 주는 맛이 나쁘지 않다. 윈터홀릭이란 제목에 배신감을 살짝 느껴도 여행자 윤창호가 말하는 '일상의 나를 달뜨게 하는 스칸디나비아 겨울 여행의 기억'은 함께 할 만하다.

 

'새하얀 설원을 바라보며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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