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천재들

마이클 에라드 지음

박중서 옮김

민음사 펴냄

 

몇개 국어가 유창하다는 인물을 볼 때 그 인물에 대한 경이감을 느끼거나 혹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일 것 같다.

 

여러나라말을 한다는 사실은 가끔씩 우리 안에 떠올리는, 그러나 실천할 생각이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로망 중의 하나일 것도 같다.

 

저자 역시 그런 로망이 있었기에 언어의 천재들이란 책을 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이 책의 부재가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학자들을 찾아서이다. 그 부재대로 저자는 19세기에 실존했다는, 72개 국어를 한다는 메조판티 추기경의 흔적을 찾는 여행으로 책의 문을 열고 있다.

 

저자는 메조판티 뿐만 아니라 초다언어구사자들을 찾아 헤매고 다닌다. 언어학습능력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초다언어구사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언어들을 습득하고 구사할 수 있는 것일까? 유전적인 능력때문일까? 아니면 적성의 문제일까?

 

이 채은 저자가 만난 혹은 조사한 다언어구사자들을 소개하면서 언어학습에 비결이나 모국어만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핀다.

 

사실 책의 절반을 좀 넘게 읽고 뒤부분은 큰 제목만 읽으며 대충 훑어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지루하고 장황하게 느껴져 도저히 끝까지 찬찬히 읽을 수가 없었다.

 

저자는 다언어구사자들의 소개 뿐만 아니라 여러나라 말을 위한 학습 사이트도 소개해 준다. 그 중엔 히포패밀리클럽이라 부르는 언어교류연구소와 www.how-to-learn-ayny-language.com이 있다. 다언어구사자가 되고 싶은 분들은 찾아가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메조판티의 언어숙련도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메조판티 이외에 여러 다언어구사자의 사례를 살펴가면서 그 의문에 대하여 내린 일반적인 결론은 이렇다. 몇 개국어를 할 수 있다고 할 때, 그 외국어 실력이 전부 동일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언어는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모국어처럼 가능할지라도, 어떤 언어는 그냥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언어구사자가 능통하게 하는 외국어일지라도, 이 외국어에서 저 외국어로 언어전환이 바로바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언어간섭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예를 들어서 우리말과 일본어를 하는 사람의 경우, '과연 이것이 정통 인도식 요리구나'라는 말을 '사쓰가 코레가 정통 인도식 요리구나'와 같이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언어구사자가 구사하는 외국어는 '어의차용'의 수준에 머물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언어구사자에 대해서 '만약 어떤 노르웨이인이 일곱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 가운데 여섯가지는 사실상 노르웨이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람의 언어구사능력은 한정되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언어구사자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72개국어 정도까진 몰라도 같은 어족에 속한 언어를 여러 개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유럽사람들이 실증해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중언어구사에 대한 열망도 크고, 그것을 당연한 스펙으로 여겨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말과 영어가 기본이고 거기에 일본어, 중국어 등을 덧붙이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취직을 좀더 용이하게 만드는 외국어 스펙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영어를 짚어보면 영어에 들이는 돈과 시간과 노력 대비 결과물이 그다지 좋진 않다. 앵글로색슨을 위한 세상에 사는 듯한 억울함이 밀려온다. 어찌되었든 조기영어교육이 중요하다고 초등학교부터 영어가 교과목에 들어가게 되었다. 확실히 아이들이 영어를 대하는 태도는 성인들과 많이 다르긴 하다. 공교육에서 과열됨 없이 차근차근 가르쳐 나간다면 나쁠 것은 없다. 

 

작금의 현상과 언어학습에 대한 이론에 대한 상식으로 언어는 역시 어려서 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야, 라며 실망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이 책, 언어의 천재들에서 소개하는 레이너 가날이 하는 말로 위로와 격려를 삼아도 좋을 것 같다. 가날은 아이들이 반드시 더 잘 배우는 것까지는 아니다, 라고 한다. 원어민처럼, 이 언어학습의 목표가 아니라면 성인이 되어서 하는 외국어 학습도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때 원어민처럼 되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이 점은 책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학습 수준의 목표를 낮추는 것에서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책을 들여다 보는데 이런 말들이 보인다.

 

에릭 군네마르크는 "언어학습의 기술과 과학"이라는 책에서 외국어학습에을 할 때 집중, 반복, 연습을 중심으로 한 학습활동 습관화를 조언하고 있다.

 

또, 현대의 초다언어구사자인 헝가리 사람 롬브 카토는 언어학습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동기부여에 의해 촉진되는 관심, 인내, 근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언어의 소리에 대한 친숙성을 향상시키고, 또한 그 소리를 재현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둘째로 문법패턴을 연습한다. 셋째로 기억의 감퇴를 저지하려 열심히 노력한다. 이것이 헌신적인 언어학습자의 삶이다.

 

어려서부터 이중언어를 습득한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언어적 다중업무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성인이 되서 이중언어를 구사하게 된 사람과는 그 차이가 있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언어습득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습득하고 싶은 언어가 있으면 부지런히 열심히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즉, 언어라는 대상을 사랑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이것이 외국어 능통자의 비기이다. 왕도가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외국어 학습에 어떤 노하우를 갖고 계실까?

 

언어의 천재들
마이클 에라드 저/박중서 역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