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천로역정

김홍만 지음

생명의말씀사 지음

 

도서관 신관코너를 대충 훑다가 '천로역정이 있네'라는 찰나의 생각을 하고 다른 책들을 골라 나오는 길에, 문득 천로역정이 있었다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대출을 받으려던 발걸음을 되돌려 천로역정까지 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책을 읽으려고 보니, 천로역정이 아니라 '해설' 천로역정이다. 잘 보니 지은이가 존 번연이 아니라 김홍만이다. 아뿔싸....원본도 안 읽었는데 웬 해설본...읽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도서관에서 들고온 품을 생각해서 읽기로 결정했다.

 

천로역정은 어릴 적에 시청각자료로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너무 어려서 본 것이라 무슨 내용인지 당최 알 수는 없었고, 다만 어떤 사람이 천국을 향해 여행을 하는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원본을 건너뛰고 해설본을 접하게 된 천로역정, 해설본을 읽고 나니 그야말로 '원본'을 꼭 한 번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설 천로역정은 천로역정의 이야기 흐름에서 주요한 부분들을 가져와 해석을 달아놓은 것이라 생각된다. 별색으로 천로역정의 구절들로 각 장을 시작하고, 거기에 따른 해설이 붙어있다.

 

순례의 여행을 시작하는 죄인, 7가지 가르침, 죄의 짐을 벗긴 십자가, 아름다운 궁전에서의 가르침, 겸손의 골짜기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성실과의 동행 그리고 순교, 소망과의 동행, 순례의 여행을 마치고 천국으로

 

이렇게 크게 여덟덩이로 구성되어 있다. 어렸을 때 보았을 때는 그냥 입벌리고 멍하니 보았던 것 같은데, 지금껏 들어온 설교 등등이 기초가 되었는지 간략하게 나오는 원본의 내용들이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해설 천로역정의 저자이신 김홍만 목사님은 책날개의 소개를 보니 청교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단다. 해석이 엄정하시다. 치유와 은혜만이 넘치는 한국교회의 요즘 유행과 사뭇 다르다. 마음과 생각의 각을 세울 것을 요구받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것은 아니잖아라는 구석이 나오기 마련인데 해설 천로역정의 저자에겐 토를 달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인공의 역정은 종교생활이 아닌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의 역정 그대로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게 되는 이후에 걸어가는 길들은 절대 녹록치 않다. 진리는 타협이 없는 법이다. 그러다 보면 더 곤란하다. 여기서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종교적 기준에 의한 기묘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진리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주인공이 회심이후 처음에는 혼자 길을 가지만 나중에 성실 그리고 소망과 함께 걸어간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서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해서 재고하게 된다. 교회 공동체에 대한 회의를 공동체 밖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고민하고 함께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 그 생각이 밀려온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게으름뱅이, 성실, 무지 등등 매우 노골적이지만, 그 노골적임이 오히려 그들의 특성을 명징하게 알려 주는 것 같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이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제시되는 것 같다.

 

형식주의와 위선이 예나 지금이나 교회를 흐리나 보다. 누구의 형식주의와 위선을 논하기 이전에 내 안의 형식주의와 위선을 살피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책표지 하단의 찰스 스펀전이 100독했다는 구절을 책을 펼치기 전엔 대수롭지 않게 읽고 넘어갔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찰스 스펀전이 100번이나 읽으며 되씹을 이유가 충분하다는 수긍을 한다. 진정한 진리는 400년이 지나도, 혹은 2000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것, 맞는 것 같다. 

 

 

                          
해설 천로역정
김홍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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