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오죽헌에 다녀왔다
무성한 초록이 더위를 살짝 살짝 달래주었지만, 그래도 태양은 뜨거웠고 덕분에 내 팔은 밀빛이 되어 버렸고, 얼굴은 익어 꼴이 말이 아니다, 여름의 흔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지만 안타깝다

오죽헌...까마귀가 대나무에 앉아서 오죽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주변에 있는 대나무들의 대가 까만데서 유래한 것이란다..대가 까만 대나무를 '오죽'이라 하고...어설프게 알면서 강릉에 까마귀가 많나라고 생각하다니...그야말로 선무당이 사람잡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닌 것이다.

오죽헌
강원도 강릉시 오죽헌로 15
전화 033-640-4457~4460

도로변에 있는 오죽헌을 알리는 지석과 자경문 앞에 있는 지석


별당건물 오죽헌에는 몽룡실이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방이다.
오죽헌 현판 글씨가 썩 마음에 든다



오죽헌의 가로등...되돌아 나올 때 가로등의 용형상이 몽룡실과 관계가 있을까 생각했으나 알 수 없는 것이고... 그저 사진으로 본 것을 저장해 본다



야외전시장에 있는 항아리들
풀섶에 잘 어울리는 항아리들...그런데 여기 왜 있는 것일까.... 신사임당 여사께서 쓰시던 장독은 아닐터이고....



입구에 들어서 조금만 걸으면 좋은 녹지가 펼쳐진다, 정원에 대한 로망이 살짝 생긴다, 잔디와 나무의 초록 사이에 보이는 노란 형상은 이이 선생의 동상이다, 사진을 클릭하면 아마도 잘 보일터이나... 다들 이이 선생과 신여사 앞에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으시나 난 그저 먼데서 구경만....



이이 선생 동상 뒷편으로 가면 신사임당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가지, 맨드라미 등을 심어둔 화단이 있다, 가지가 주렁주렁 달렸다, 가지도 저렇게 모아두니 볼만하다
저 무궁화 닮은 꽃은 닮은 것이 아니고 무궁화인가? 스케일업된 변종인가? 어여쁘긴 하다, 큼직한 꽃송이가 시원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 아래 꽃은 꽃 범의 꼬리...이름 독특하다, 꽃 범은 누규시길래 귀여운 꼬리를 가지셨네



구용정에 앉아 뒷동산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시원함과 더불어 눈 앞에 화단을 즐기면 그만한 웰빙이 없을 것 같다


위용있어 보이는 자경문을 들어서면 율곡기념관이 정면에 보이나 공사중인 관계로 문성사로 뚜벅뚜벅, 이이 선생의 영정을 보고 향로에 향도 집어 넣고...문성은 인조가 이이에게 내린 시호라고 한다, 이 집에 살던 이들의 유명세 탓인지 심겨 있는 나무의 형상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대나무도 많이 있지만 선비들이 좋아했다는 배롱나무도 여기저기 많다, 배롱나무 붉은 꽃이 아름답다,


원래 문성사 자리에 있었다는 어제각은 바깥채와 안채를 지나 작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내가 제대로 읽었다면 저 벼루옆에 탁본해 놓은 종이의 글씨는 정조의 글일 것이다, 아래 펼쳐놓은 책은 이이 선생의 격몽요결이다, 어제각은 이이선생의 벼루와 격몽요설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전각이다.


안채에 저것은 제비집? 
박제된 곳으로 생각되는 오죽헌에 제비가 깃들었다는 사실이 오죽헌에 생기가 담겨지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주서 읽은 후엔 한옥에 가면 문을 통해 보이는 저 너머 풍경을 보곤 한다, 액자가 된 문이 담아 둔 그림은 늘 매력적이다


안채와 바깥채에 액자들이 그야말로 주렁 주렁 걸려있다, 율곡 선생의 이름을 걸고 서예제라도 하는 것 같은데 그 액자들은 그저 이 오죽헌을 어지럽히는 듯이 보일 뿐... 



입지문 옆으로 곧게 자란 소나무가 만들어 낸 그림이 시원스럽다,



사임당여사께서 썼을 리 없겠지만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닦여있는 가마솥은 이 곳에 잘 어울려 보인다, 잘 쌓여있는 장작과 기와가 박혀있는 얕으막한 굴뚝,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주입된 신사임당 여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형적인 생각을 하며 안채를 기웃거렸다, 신사임당 여사는 후세 사람들의 자기를 설명하는 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 사람이라면 나이들수록 한옥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일까? 여하튼 나의 경우 점점 더 옛집에 대한 애정이 커가는 것 같다


특히 담장이 주는 운치는 최고다, 가장 구석지게 느껴지는 곳에 있는 어제각을 두르고 있는 담장들은 격몽요결이나 이이의 벼루보다 더 멋지게 보였다

 


 홍보배너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