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설정을 바꾸는 탓에 아침에 늦잠을 잔 날이 있었다. 가뜩이나 분주한 아침 출근길이 더 분주해 지고야 말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를 켜자 마자 들려오는 테너의 미성, 그 목소리가 마음 뿐만 아니라 시간마저 달래주는 것만 같았다.

늦잠 잔 날 아침 오랜만에 조우한 목소리는 이안 보스트리지였다. 그리고 그 순간 부르던 노래는 Fruehlingsglaube, 다른 해보다 추운 3월, 두터운 코트를 벗기가 쉽지 않은 요즘에 봄을 찬양하는 고운 선율이 얼마나 다사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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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보스트리지를 처음 만난 앨범 Schubert Lieder, 이 앨범 정말 사랑했었다. CD플레이어엔 늘 이 앨범만 넣고 다녔다. 이 앨범이 나왔을 당시엔 아직 CDP가 최신 기기였다. 여튼 이 앨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다. 그래서 계속 들었다. 아마도 100회 이상은 재생했을 것이다. 세상에 슈베르트가 귀에 척척 감겨, 라면서 듣고 또 듣다 보니 한 동안 괴테의 시를 외기조차 했다. 그것도 독일어로... 물론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슈베르트, 모차르트, 베토벤, 클래식을 듣지 않아도 어지간하면 알고 있는 음악가들이지 않은가, 거기다 가곡의 왕으로 알려진 슈베르트, 그래서 살다 보면 그의 노래는 오다가다 한번쯤은 듣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이안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 리더에 실린 곡들은 대체로 귀에 익은 곡들이다.
그 유명하신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슈베르트를 들으면서도 '아름답구나'까지였다. 하지만 이안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 리더 앨범은 아름답구 좋구나 였다. 물론 누가 부르던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좋다. 그러나 그들의 슈베르트 가곡은 흑백이거나 그저 음악 소리였다면, 이안 보스트리지가 부르는 슈베르트 가곡은 총천연색이었고 청각은 물론 다른 감각까지 울림이 있었다. 거기다 미성, 한동안 그는 나의 슈퍼스타였다. 슈베르트와 궁합이 이보다 더 잘 맞는 가수는 없다면서 감탄 또 감탄하면서 그의 앨범들을 사고, 그의 기사가 실린 그라마폰 잡지, 영어판을 읽기 조차 했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적시던 그의 앨범들이 어느새 쌓아둔 다른 CD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라디오를 틀면 가끔씩 이안 보스트리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늦잠 후 분주한, 여전히 추운 3월 어느 아침에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왔다.

좋은 음악으로 아침을 시작할 때의 유익함에 대한 이야기들은 거짓이 아니다. 음악은, 특히나 좋아하는 음악이 갖는 힘은 넓다.

이안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 리더 16번 트랙은 앨범에서 특별히 더 좋아하던 곡 중의 하나다. Litanei auf das Fest aller Seelen. 죽은 이를 위한 노래답게 잔잔하면서 부드럽다. 그리고 애잔하기도 하다. 살아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생활로 거칠어진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아 사랑했던 곡이다.



몰아치듯 지나가버린 한 주간이었다. 이안 보스트리지의 음성이 다시금 큰 느낌으로 다가온 것은 편안함을 느꼈던 노래들을 들으며 쉼을 얻으라는 의미였나 보다. 금요일 늦은 밤,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련다, 그의 음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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